요리, 그 숭고함에 대하여

<식탁 위에 행복 한 스푼> 1화

by 스미스

요즘 내게 가장 좋아하는 일을 묻는다면, 자신 있게 '요리'라 말할 수 있다. 차이와 차이가 만나 조화를 이루는 일. 그렇게 이뤄진 조화가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는 것. 그게 내가 요리를 사랑하는 이유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만든다는 건 별것 아닌 일처럼 보이지만, 그의 존재를 응원하겠다는 다짐과도 같다.


카레를 만들던 어느 날이었다. 일찌감치 마트를 찾아 카레에 필요한 재료를 샀다. 카레용 소고기, 고형 카레, 양파, 당근과 감자까지. 특별한 재료는 없었지만 카레를 카레답게 만들어 줄 소중한 손님들이었다.


무거워진 양손만큼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재료를 다듬었다. 양파를 칼로 썰고 잘 달궈진 팬에 올렸다. 양파가 머금은 수분이 기름과 만나 '취이~' 하는 소리가 났다. 양파는 기름, 불과 만나 점점 익어갔다. 새하얀 자태를 뽐내던 양파는 금세 숨이 죽고 점차 갈색으로 물들었다. 10분, 20분..., 약한 불길에서 서서히 양파를 볶아가자 처음의 빛깔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불에 닿은 양파는 색을 내려놓고 단맛을 남겼다.


양파가 적당히 갈색빛을 띨 때쯤 사둔 고기를 함께 볶기 시작했다. 고기에서 배어 나오는 기름과 양파가 만나 구수한 냄새를 풍겼다. 고기를 감싸던 붉은 빛이 사라지자 미리 준비해 뒀던 당근, 감자, 카레를 물과 함께 냄비에 넣어 끓였다. 카레가 서서히 물에 녹으면서 뭉근한 카레 향이 집 안 가득 퍼졌다. 이제 남은 일은 시간이 카레를 완성하는 것. 밥솥이 만들어 낼 따뜻한 쌀밥을 기다리며 기분 좋은 설렘을 느꼈다.


어느덧 완성된 카레를 한입 베어 물자 입안 가득 행복이 들어왔다. 카레가 내뿜는 달큼한 향과 감자, 당근의 식감이 만나 입안을 즐겁게 했다. 따뜻한 밥 위에 올려진 따뜻한 카레는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내 몸에 온기를 더했다. 시간이 완성한 카레에는 다음 날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녹진한 힘이 있었다.


요리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서로 다른 것이 만나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작품이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것. 요리는 조화가 낳은 선물인 셈이다. 간단해 보이는 요리 하나에는, 먹는 이를 위해 조화를 빚는 깊은 정성이 담겼다.


각각의 재료가 적절한 요리 방법과 만나 맛을 내고, 식감을 만든다. 그리고 그 속에 있던 영양분이 누군가에게 힘을 보탠다. 요리를 위해 들인 시간과 정성은 먹는 사람의 마음을 채운다. 영양분과 마음이 만나 한 사람을 살린다. 이 얼마나 숭고한 행위인가.


인류는 그동안 차이를 조화롭게 다루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 왔다. 어떤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요리에 담겨 있다. 요리 하나하나가 인류의 지혜가 담긴 결과물인 셈이다. 끓여야 하는지, 삶아야 하는지, 날것으로 먹어야 하는지와 재료 간의 궁합 사이에는 무수한 역사가 놓여 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요즈음의 사회 분위기는 요리의 숭고함을 더욱 귀하게 만든다.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 치부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각각의 재료가 가진 특별한 맛을 살릴 수 없다. 마늘과 양파, 고추, 버터의 쓰임새가 모두 다르듯, 재료가 가진 풍미가 잘 어우러져야만 좋은 요리가 탄생할 수 있다. 대안 마련과 토의는 사라지고, 상식을 벗어나 극단으로 치닫는 일련의 갈등을 보면서 요리의 숭고함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신의 눈으로 보면 인간은 지구라는 화단에 심긴 삽수들일 것이다. 심는 마음이야 똑같았겠지. 결말은 예측 못 해도 누구에게나 시작은 공평한 손길, 다정한 눈길이었을 것이다. 결핍은 결핍대로 아릅답다는 거, 아니 결핍이 도리어 빛나는 무늬를 만든다는 거, 평생 모르고 사는 일도 허다하겠지. 알아도 부정하느라 애먼 시간만 허비하겠지. 노란 나비, 골목마다 놓인 전봇대와 가로수, 베란다의 화분들... 아주 가까이에서, 숱한 메신저들을 통해 알려주고 있는데도 못 보겠지".

안희연, <단어의 집> 중에서


결핍이 도리어 빛나는 무늬를 만든다. 나와 다른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마음이 요리에는 담겨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지 않고 품으려는 마음. 그게 바로 요리의 아름다움이다. 우리는 매일 그 아름다움을 먹고 힘을 얻어 살아간다.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힘을 얻는 건 매한가지다. 최근 요리와 관련된 TV 프로그램 이 인기를 끄는 것도,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조화와 정성이 더욱 귀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핍을 품으려는 의지다. 카레를 만들며 든 생각이었다.


*카레 레시피(1~2인분) **유튜버 슈고님의 방법을 참고해 만들었다.

준비물 : 카레용 소고기 약 200~300g , 감자 1~2개, 양파 1개, 당근 반 개, 치킨스톡, 고형 카레, 토마토소스 약간, 버터 약간, 물


1. 약불에서 버터를 녹인다.

2. 채 썬 양파를 타지 않게 저어가며 약불에서 볶는다.

3. 갈색이 된 양파를 냄비에 부어 보관한다.

4.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고기를 굽는다.

5. 구워진 고기를 빼두고 썰어 놓은 감자와 당근을 볶는다.

6. 양파를 담아 둔 냄비에 물을 넣고 토마토소스를 약간 부어 끓인다.

7. 치킨스톡 1스푼과 고형 카레를 넣은 뒤 잘 저어준다.

8. 고기와 감자, 당근을 넣고 약 30분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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