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본 적 없는 너를
자꾸만 꺼내어 보고 싶어서
산들바람 스치는 날에도
두 눈을 따끔거리게 하는 태양이 뜬 날에도
매미가 축포 터뜨리는 소리를 따라 걸었다
당장이라도 뜨거워질 줄 알았더니
지끈거리기만
내 몸 둥둥 대며 무거워질 줄 알았더니
억지로 치고 있는 북소리는 공허하기만
내일은 태어날 수 있을까
나고 죽고를 순환시키는 것이 이리도 즐거운데
어젯밤 죽고 나서부터는
소리도 못 듣고 볼 수도 없어
비행하는 법을 습득할 수 없으니
나를 새장에 가두어놓고
맞지 않는 신발에 쓸린 발을 쉬게 해야지
사실 얼굴도 맞대본 적 없는 너인 것을 알지만서도
기어코 헤매려는 나의 조용한 발악이다
그럼에도 태어나지 못하면
오늘은 마지못해 그럴 수밖에 없다면
내일은 어떤 신발을 신어야 할 지
함께 발맞춰 걸어줄 귀하는 누구일지
가만히 누워 생각을 그려야겠다
그리하여
낮에는 매미소리를 따라갈 것이고
밤에는 귀뚜라미 소리를 따라가야지
널 마주할 수 있다면
그 이유만으로도
비로소 눈물이 허락될 명분을 찾은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