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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Feb 26. 2020

내 몸에 활기가 생겼어!

건강한 몸을 위한 운동, 둘 째 주의 기록

좋은 며느리 말고, 좋은 가족이 되고 싶었다 에서 말했듯, 나는 항상 속이 더부룩했고, 식욕 감퇴와 더불어 밤에는 잠도 잘 못 잤다. 그러다보니 변비와 두통도 만성적으로 끼고 살았다. 사실상 모든 기본적인 욕구가 무너지고 일상이 피폐해져 있었다. 이와중에 운동이라도 해야 좀이라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거란 기대와 함께 2주차까지 총 8회 헬스장에 갔다.


둘째날 트레이너가 알려준대 운동기구들을 오가면서 근력운동을 약 45분~1시간 정도 했고, 마무리로 유산소운동을 러닝머신으로 20분(속도 6으로, 뛰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간 했다. 트레이너는 30분/20분으로 50분만 해도 된다고 했지만, 초기의 넘치는 의욕을 빌려 좀 더 긴 시간했다. 물론 각 동작 사이의 휴식도 꽤나 가졌고, 동작을 바로잡는 시간도 꽤나 소요돼서 운동량으로만 보면 50분을 겨우 채울 것 같긴하다^^;; 어설펐던 동작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걸 보니 신기하고 재밌었고, 어제보다 오늘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헬스장 가는 게 기다려지기도 했다. 동작이 유도하는 근육의 움직임이 내 몸에서 정확하게 느껴질때의 쾌감은 정말 느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귀찮게 느껴질때도 있지만, 운동을 하고나서 샤워를 한 후 느끼는 쾌감 또한 나름 중독적이다. 퇴근을 하고 가야할 곳이 있다는 게 숙제처럼 느껴지지 않고, 관례처럼 느껴지며 조금 익숙해졌고, 그런 기분이 좋았다. 


5시쯤 에너지바를 먹고 6시에 퇴근, 10분만에 헬스장에 도착해서 운동을 시작한다. 이후 약속이 없을때는 느긋하게, 약속이 있으면 타이트하게 1시간 내로 끝내버린다. 그러고는 5분 거리의 집에가서 샤워를 하고, 저녁을 차려먹는다. 햇반과 한그릇요리(스팸덮밥, 된장찌개 등)를 먹고, 미리 만들어서 넣어뒀던 밑반찬을 곁들인다. 물론 김치 하나 덩그러니 두고 먹기도 했다. 그렇게 먹고 남편이 퇴근하는 새벽 12시 반~1시 쯤 함께 야식을 먹는다. 과일을 먹을때도 있고, 국수를 먹기도 했다. 최대한 간단하면서 배가 차는 음식을 먹고 잠을 잔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가뿐하진 않더라) 출근을 하고, 다시 퇴근을 하고, 운동하고, 저녁먹고, 집안일 조금 하고, 야식먹고, 잠자고.. 하루가 예정에 따라 움직이는 날들이 여러날이 쌓이니 몸이 먼저 알아챈다.


이미지출처: https://www.funshop.co.kr/goods/detail/53260


와! 정말 밥 한 그릇 다 드셨네요?

함께 점심을 먹던 동료가 말한다. 밥그릇을 보니 정말 밥이 거의 비워져있다. 12월 중순부터 2월중순까지, 약 두달 간 밥량이 현저히 적었었다. 적을때는 2~3숟가락, 보통 1/3그릇, 많아야 반그릇을 먹었을까. 그런데 운동 2주차에 접어들자 밥 한 그릇을 무리 없이 먹게 된 것이다. 그리고 속이 더부룩한 느낌도 사라졌다. 내내 체한 기분에 탄산음료가 절실했는데, 오후4~5시엔 배고픔이 느껴질만큼 개운하게 소화가 된 느낌이 들었다. 예전엔 4~5시에 군것질을 찾긴했지만, 이건 헛배고픔 같은것이었고, 군것질하고나면 이내 속이 더부룩했다. 이제 정말 식사시간이 기다려지고, 그러다보니 예전처럼 출근과 동시에 점심메뉴를 고민하게 됐다(!). 드디어 식욕이 돌아온 것이다!!


몸에 에너지가 생기니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도 덜 힘에 부치고, 업무나 가사, 다른 여가활동도 의욕적으로 하게 됐다. 목소리 톤이 자연히 올라가고, 표정이 좋아졌다는 얘기도 듣게됐다. 첫 주엔 1시간 이상 뒤척였지만, 2주차가 되니 20분 정도 안에 잠들게 됐다. 변비와 두통도 개선되어 일상생활이 가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매일 내 몸을 위한 시간을 고정적으로 갖는다는 게 이렇게 건강한 기분을 주는 지 정말 몰랐다.


나의 돌아온 식욕이나 신체적 증상의 개선은 단순한 우연이나 신체기능의 강화때문만은 아니었다. 운동2주안에 몸이 달라져봐야 얼마나 달라지겠나? 운동이 정말 몸의 근력에 영향을 주려면 최소 3개월은 걸린다는 얘기를 어디서 주워듣기도 했다. 최근 심리검사를 받으며 내 몸의 변화에 대해 확실히 알게됐는데, 규칙적인 생활이 우울감을 낮추는데 탁월하다는 것이다. 심리검사편에서 다루겠지만, 나는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수위의 우울증세를 겪고 있었다. 내가 가진 모든 감각중에 우울감이 가장 높았다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그로 인해서 신체적 기능의 저하도 더불어 크게 느끼고 있었다. 이 둘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관계라고 한다. 나는 내내 무기력감에 젖어있었고, 그러니 더욱더 우울의 늪을 파고 들었다. 그런데 운동을 시작하면서 내가 내 몸을 통제하고 있다는 소소한 성취감을 맛보게 된 것이고, 규칙적으로 내 삶을 통제한다는 기분을 통해 우울감을 해소해갔던 것이다. 우울증 해소에는 내가 삶의 작은 부분이라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가벼운 운동, 하다못해 산책, 밥 잘 챙겨먹기, 잠 잘자기 등.. 너무나도 사소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가장 핵심적인 치료법이라고 한다. 


기대했던 다부진 몸은 아직 얻지 못했지만, 운동의 효과를 최상으로 경험한 2주차. 한창 재미가 붙어가는 시기에 하필이면 코로나19로 인한 조치들이 심상치 않다ㅠ 좀 더 강행해볼까했는데, 코로나 감염은 혼자만의 문제이진 않으니 정부의 지침대로 자제하기로 했다. 매우매우 아쉽다 ㅠㅠ 얼른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헬스장에 다시 갈 수 있기를..!! 헬스장엔 가지 못하지만, 다행히 날씨가 좋아졌으니 천변 빠르게 걷기라도 해야지. 건강해지는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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