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나는 지점장이 되었다.
사람들은 박수를 쳤지만, 곧 알았다.
지점장은 영업을 직접 할 수 없는 자리라는 걸.
팀원들의 성과가 곧 내 성과였고, 나는 관리와 보고에 묶여 있었다.
“저… FC로 다시 내려가고 싶습니다.”
용기를 내어 본사에 말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지점장이 FC로 내려가는 건 규정상 불가능합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대로는 돈을 벌 수 없다.
간판은 화려했지만, 내 통장은 점점 말라갔다.
나는 결국 지점장 자리를 내려놓고, 새로운 보험사로 옮겼다.
다시 신입 FC.
명함도, 고객도, 실적도 없는 바닥에서 다시 시작이었다.
그 무렵, 당진 한국제철의 한 상무님을 만났다.
“나나씨, 이 보험료가 너무 부담돼요. 해지하자니 보장이 끊길까 두렵고…”
나는 며칠 밤을 자료와 상품을 뒤적이며 보장 범위를 그대로 두고 가격을 줄일 수 있는 설계를 찾아냈다.
“상무님, 이렇게 바꾸시면 보험료는 절반으로 줄고, 보장은 그대로 갑니다.”
그의 눈빛이 바뀌었다.
“이제껏 많은 설계사를 만났지만, 이렇게 진심으로 고민해준 사람은 처음이에요.”
그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그는 동료들에게 나를 소개했고, 곧 회사 차원의 설명회 자리까지 마련해주었다.
긴 탁자에 스무 명 남짓한 임직원들이 앉아 있었고, 나는 그들 앞에 섰다.
손끝이 떨렸지만, 목소리는 단단했다.
“저는 보험을 파는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삶을 가장 합리적으로 지켜드리고 싶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 자리에서만 수십 건의 계약이 쌓였다.
소개가 소개를 불렀고, 한 달 만에 계약 건수는 세 자리 숫자를 넘어섰다.
그 후 6개월 동안 한국제철의 공장, 사무동, 협력사까지 발로 뛰었다.
계약서가 쌓여갔고, 해약률은 거의 없었다.
연말, 내 이름 옆에 찍힌 숫자를 보고 나는 숨이 멎을 뻔했다.
“10억.”
실적표에 찍힌 그 숫자는 단순한 돈이 아니었다.
내가 다시 선택한 길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증거였다.
시상식 무대 위, 조명이 쏟아졌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나는 속으로 속삭였다.
“이제야 내가 내 목소리로 번 돈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