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의 신, 오빛나와의 만남
나는 23살에 작은 반란을 일으켰다.
숫자만 보던 경리에서 나와, 영업이라는 낯선 길에 뛰어들었다.
책상 위에는 늘 책이 쌓였다.
『세일즈의 심리학』, 『말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밤마다 밑줄을 긋고, 거울 앞에 서서 고객 응대 멘트를 연습했다.
하지만 실제 고객 앞에서는 한마디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김나나씨,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고객이 되묻는 순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나는 억지로 웃으며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
돌아오는 길, 발걸음이 바닥에 박히듯 무거웠다.
그래도 영업을 시작하고 1년 뒤 연봉은 두 배로 늘어났다.
친척과 친구들이 내 첫 고객이 되었고, 나는 정성껏 선물을 챙겨가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해약 통보서가 연달아 날아왔다.
“나나씨, 미안해요. 형편이 좀 안 좋아져서…”
보험업계의 냉정한 룰이 있었다.
계약이 일정 기간 유지돼야만 인센티브가 확정된다는 것.
나는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통장은 다시 텅 비었고, 자존심도 함께 무너졌다.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었다.
산후조리원에서 문전 박대를 당하다 10번 이상 찾아가니
원장님들이 하나 둘 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 뒤로 계약은 늘었고 영업을 시작한지 3년뒤 숫자로는 연봉이 세 배가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손에 쥔 돈은 경리 시절보다 적었다.
나는 고객이 보험을 해지하려 할때마다
보험료를 대신 지불하거나 선물로 고객을 잡았다.
연봉이 7천을 넘었지만, 화려한 숫자 속에서
내 통장은 다시 무너지고 있었다.
보험사는 연 1회에 우수한 실적을 보이는 영업사원에게
연도 시상식을 하며 그들을 빛나게 해준다.
"저는 돈 버는게 가장 쉬워요. 그 세일즈 비밀을 이 자리에서 알려드리죠."
"그건 바로 고객의 심장을 들었다 놓는 기법에 있답니다."
"고객이 아픈곳을 깊숙히 들어가보세요."
"거기에 당신의 정답이 있습니다."
그녀는 바로 영업의 신 '오빛나' 였다.
보험 업계에서 그녀를 모르면 간첩이었다.
20년 동안 단 한 해도 빠짐없이 3W를 달성한, 진짜 영업의 신.
그녀의 연봉은 10억 원에 달했다.
업계 사람들은 “3W를 만들기보다 로또가 더 쉽다”고 말할 정도였다.
(3W란, 보험업계에서 한 해 동안 계약 건수, 유지율, 매출 세 가지 지표를 모두 충족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성과의 상징이었다.)
업계에서는 ‘빛나는 전설’이라 불렸고, 무대 위에 서 있는 그녀는 압도적이었다.
나는 직감했다.
‘저 사람에게 무조건 배워야 한다.’
그날부터 나는 그녀를 쫓았다.
그녀의 세미나가 여리면 맨 앞자리를 지켰고, 강연이 끝나면 질문을 퍼부었다.
그녀가 고객을 만난다는 소식을 들으면 시간과 장소를 알아내어 따라붙었다.
"아 정말 짜증나네.. 왜 자꾸 따라와요?”
그녀가 차갑게 물었다.
“그냥… 배우고 싶어서요.”
나는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지만, 결국 나를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옥문이 열렸다.
고객 상담이 끝나면 혹독한 피드백이 쏟아졌다.
“고객 말은 듣지도 않고 네 생각만 하잖아.”
“네가 말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너도 모르지?”
"넌 영업 체질이 아닌거 같다. 그냥 하던 경리나 다시 해!"
나는 매일 작아졌다.
그녀의 눈빛은 차가웠고, 말은 날카로웠다.
내가 위축 될수록, 그녀는 더 매정했다.
어느 날, 상담을 마치고 그녀가 물었다.
“나나씨 왜 영업을 하려고 하는거에요? 누누히 이야기 하지만, 돈 때문이면 오래 못 버텨...”
나는 숨을 깊게 들이켰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저는… 제 목소리를 찾고 싶어요.
경리였을 땐 아무도 제 얘기를 듣지 않았어요. 저도 말하지 않았고요.
그런데 영업을 하면서 알았어요.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저를 몰라준다는 걸.
저는 더 이상 침묵 속에 살고 싶지 않아요.
보험을 파는 게 아니라, 제 목소리로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녀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리고 짧게 말했다.
“좋아. 이제 시작이네.”
27살, 나는 달라져 있었다.
오빛나와 함께한 1년은 내 모든 습관을 바꿔놓았다.
하루 최소 5명의 고객을 만나고, 매일 밤 상담 일지를 정리했다.
실패한 대화는 녹음해 다시 들으며 부족한 부분을 고쳤다.
처음엔 고객들이 냉담했지만, 어느 순간 그들의 눈빛이 바뀌는 걸 느꼈다.
내가 말을 많이 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함께 울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고객의 마음이 열렸다.
나는 단순히 보험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계약 건수는 눈에 띄게 늘어났고, 해약률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소개가 소개를 불러왔다.
그 결과, 전국 1등이라는 자리에 올랐다.
수천 명 앞에서 내 이름이 호명되었고, 무대 위에 섰을 때 손이 떨렸다.
“저는 숫자 뒤에 숨어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삶에 목소리를 더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객석에서 터져 나온 박수는 내 인생의 모든 실패를 보상해주는 듯했다.
그렇게 나는 회사에서 상승기류를 타 점점 성장하였고,
29살, 나는 2년 연속 3W를 달성했다.
그런데 나는 그 기록을 2년 연속 세웠다.
그리고 지점장으로 발탁되었다.
이 모든 과정은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는 것을
29살의 나는 알게 되었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김나나.
종이에 다음 이정표를 적기 시작했다.
'FC 사업본부 본부장 김나나'
※ 이 글은 실제 사건을 참고하여 각색한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과 사건은 일부 허구로 재구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