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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소아과의사!

2025.10.31 (10m 9d)

by 슈앙

2차 예방접종하러 병원에 갔다.

1차 예방접종한 의사는 이직했는지 없어서 대표원장으로 예약했다. 내가 만난 의사들은 왜 이렇게 다들 이직하는 걸까. 산부인과 의사부터 시작해서 아주대병원 의사에 그나마 찾은 동네 병원 의사까지. 진료받기 참 힘들다. 병원의 대표원장이 인기 있는 분인 듯했지만 오전진료를 거의 안 하셔서 예약하지 않았었다. 오늘 마침 오전진료를 하셨다. 대기 32번이다. 예약한 지 한 시간 반 만에 만나 뵐 수 있었다.


연세 지긋하신 분이었다. 콩떡이 아빠가 어릴 때 신장 봐주셨던 소아과 의사셨고 소아신장 관련 협회 회장까지 역임하셨다니 양갱이에겐 딱이다. 특이하게 대학병원 진료실처럼 젊은 남자분이 안쪽에 앉아 의사 선생님 대신 타이핑도 치고 환자 응대도 했다.


의사 선생님은 한마디로 시원시원했다. 강남삼성병원에서 가졌던 의구심, 즉 돌 이후에 아무런 검사 없이 그냥 항생제를 끊고 요로감염 재발하면 수술하자는 의견이 대한 불안감에 대해 말씀드렸다. 요로감염의 90%는 생후 1년 전에 걸리고 80일 이후에 재발이 없었으면 이미 나은 거라고 확신하셨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고 처음으로 속 시원한 대답이었다. 진단에 100% 장담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다고만 들었던 진단에 지쳤었나 보다. 몇십 년 경력에서 나오는 선생님의 확신은 속이 다 시원했다. 이전 병원에서 준 자료와 소변을 보내라며 본인이 좀 보겠다고 하셨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환자를 보겠다는 선생님도 처음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이 병원 원장님에게 진료받을 걸.. 새벽부터 설쳐도 오전시간을 온전히 병원 진료에 써야 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니, 참 힘들게 보냈구나 싶었다. 대학병원은 주차도 힘들고 멀리 떨어진 약국까지 가도 약 받는 데 한참 걸린다. 엘리베이터 타는 것마저 일인데 여기는 모든 게 수월하고 빨랐다. 가는 데만 2시간 걸리는 대학병원 말고 그냥 이 병원 다닐까 보다.


선생님은 밖에 있는 간호사에게 큰 소리로 '여기 엄마아빠 공부하고 가라 그러세요~'라고 말하셔서 병원 입구 쪽에 앉아 요로감염 책자를 좀 보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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