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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Jun 01. 2022

회화나무

500년을 하루 같이..


회화나무


500년 전부터 그 자리에 회화나무가 서 있었다.

 여름 가을 겨울도 500번 지났고

365일도 500번을 지났다.

500번을 지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한숨 소리도 듣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활기찬 발걸음과

츠린 뒷모습도 보았다.

비도 눈도 바람도 맞고

더위와 추위도 참아내고

한여름 삼복더위에 함박눈을 맞은 듯

하얀 꽃을 피우면

그 해에는 풍년이 든다고 했다.



500년을 지나면서

쏟아놓은 한숨과 눈물을

온몸으로 받아 내어서

팔다리 어깨 성한 데가 없는가.

흥겨워 내는 웃음과 노래에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머리카락이 헝클러 지고 옷매무새가 흐트러졌나.

큰 가지마다 기둥이 받치고 있다.



500년을 지나면서

공기도 풍경도 사람도

500년 처음 같지 않아서

웃음소리 한숨 소리

다 듣기 전에 잰걸음으로 지나쳐 간다.

잠시 멈춰 올려다 보고 가도 좋으련만

삼복더위가 오면 봐 주려나.

500년을 처음 하루처럼 그 자리에

회화나무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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