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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May 21. 2024

별이 흐르는 시간 6

밥상 앞에서..

 몽우는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뀐 줄도 모르고 멍하니 딴생각에 서 있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거.>

평소 엄마가 하는 음식은 몽우가 잘 먹는 것뿐이었다.

엄마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따로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문득, 어는 스산한 가을날 밤 드라마를 보고 있다가 뜬금없이 엄마가 말한 게 생각났다.

 <갑자기 도토리묵이 생각나네.>

그때 몽우는 한 번도 밥상 위에 오르지 않은 도토리묵이 왜 생각나는지 이해도 못 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도토리묵 사 가자.>

몽우는 다시 한번 초록불로 바뀌어 바쁜 사람들 틈에 끼어 뛰었다.

횡단보도를 건너 5분쯤 걸어가면 대형 마트가 있었다.

 식품 매장이 있는 곳을 두리번거리며 도토리묵을 찾아냈다.

하지만 몽우는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살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은 마트 밖으로 나왔다.

어떻게 할까.

그냥 집으로 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몇 정류장 전에 시장이 있는 게 생각이 났다.

가게가 문을 닫을 시간이라 헛걸음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시장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시장 by 봄비가을바람>




 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이미 문을 닫은 가게가 대부분이었다.

몽우는 뛰었다.

뛰며 빠르게 눈동자를 양 옆으로 움직여 아직 문을 닫지 않은 가게 앞에 섰다.

그리고 진한 갈색의 네모난 도토리묵을 찾아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엄마!"

 "천천히 다녀. 계단을 그렇게 뛰어다니다 다치면 어떻게 하려고."

 "알았어요. 조심할게요."

 "엄마, 이거."

몽우는 도토리묵을 내밀었다.

마침 옆 가게에서 산 철 지난 딸기와 젓갈도 좀 샀다.

엄마가 좋아하는 과일과 짭조름한 반찬도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뭘 이렇게 많이 샀어?"

부끄러운 듯 몽우는 얼굴이 화끈거려 화장실로 들어갔다.

 "씻고 올게요."



 오랜만에 엄마와 밥상 앞에 마주 보고 앉았다.

본래 시간대로 아르바이트를 끝나고 오면 편의점에서 대충 먹은 라면에 삼각김밥이 아쉬워 밥상을 차리는 엄마를 만류하고 꼬르륵 소리가 나려는 배를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오늘처럼 아르바이트 비 받는 날에 사장님의 배려로 엄마와 함께 하는 저녁 밥상이 너무 좋았다.




계속..



<대문 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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