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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Aug 25. 2024

연꽃 향기 2

추억은 향기처럼..

 "네!?"

 "저기, 저 건물까지만 같이 가 주시겠어요?"

수연도 마침 그 건물까지 가는 길이라 매몰차게 거절할 핑계도 없었다.

 "아, 네."

두 사람은 작은 우산 안에서 닿을 듯 말 듯 어깨가 아슬아슬하게 부딪치지 않았다.

한쪽 어깨에 맨 무거운 가방이 흘러내릴 것 같아 우산 잡은 손이 삐끗했다.

 "제가 우산 들까요?"

 "아, 네."

남자는 수연에게서 우산을 받아 들고 수연 쪽으로 우산을 더 많이 기울였다. 채 1분이 안 걸리는 시간이 1시간이 넘게 느껴졌다.

불편하고 싫은 불안한 느낌이 아니라 왠지 익숙하고 설레는 마음에 심장이 쉴 새 없이 뛰고 있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겨우 건물 앞에 다다르자 남자는 우산을 접어서 물기를 털어 수연에게 건넸다.

 "덕분에 잘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연꽃 향기가 나네요."

 "아, 네. 좋아하는 거라서."

 "네. 저도 좋아합니다."

 "네!?"

남자는 수연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건물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수연은 남자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누군가의 뒷모습과 겹쳐 보였다.






 "야! 네가 이수연이냐?"

교문을 막 나서는데 아파트 단지 쪽으로 향하는 벽에 세 명의 여자 아이들이 기대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수연의 앞을 막으며 삐딱한 시선으로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수연은 등에 맨 가방의 어깨 끈을 쥐고 뒤로 한발 물러섰다.

 "야! 사람이 묻는데 대답도 안 하니?"

수연은 겁이 나서 위를 들러보며 도움을 구하려 했지만 누구도 수연과 시선을 맞추지 않았다.



 그때였다.

 "야, 이수연. 너 집에 안 가냐?

남자아이의 목소리와 함께 자전거가 수연의 뒤에 멈췄다.

 "응!?"

 "야, 타. 데려다줄게."

 "알았어."

수연은 덜덜 떨리는 몸을 돌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뒤걸음으로 자전거 뒷자리에 엉덩이를 걸쳤다.

 "꽉 잡아. 간다."

자전거는 수연이 살며시 남자아이의 뒤 허리춤을 잡자 그대로 출발했다.

 "야! 이수연!"

여자 아이 셋은 우두커니 자전거 뒤꽁무니만 쳐다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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