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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가을바람 Aug 31. 2024

연꽃 향기 3

기억의 문

 "면접을 잘 봤어?"

 "응!?"

 "왜 이렇게 넋을 놓고 있어. 잘 안 됐어?"

 "아니야. 다음 달부터 수업하기로 했어."

 "근데 왜 그래?"

 "오늘 좀 이상한 일이 있었어?"

 "이상한 일?"

 "응."

궁금해하는 친구의 얼굴을 외면하고 카페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비 오는 날, 연꽃 향기가 몰고 온 이상한 일이 있었다.

잊고 싶었지만 잊으면 안 되는 기억을 소환해 버렸다.



 "갑자기 비가 오네."

 "태풍이 지나고 바람은 잠잠한데 비는 조금씩 계속 오네. 우산은 챙겼군."

 "아니야."

 "안 젖었는데."

 "잠깐 빌렸지. 방향이 같은 사람한테 신세 좀 졌지."

 "모르는 사람과 우산을 같이 썼다고? 요즘 그게 되냐?"

 "글쎄.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아는 사람이면?"

 "방향이 같은 사람이라며?"

 "응. 그렇지."

 "뭐야? 아는 사람이야, 모르는 사람이야? 너 좀 이상하다."

남자는 친구의 눈치도 아랑곳 않고 조금 전 연꽃 향기가 고운 빗길 동행을 생각하고 있었다.




<대문 사진 포함 출처/Pixabay lite>



 시작은 언제나 설레지만 조급증도 더해진다.

어제 저녁에도 교재와 교구, 필기구까지 여러 번 점검하고 첫날 좋은 인상을 위해 옷도 이것저것 입었다 벗었다 반복했다.

하나하나 따지다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칠까 봐 교안도 다시 살펴보았다.

집에서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우니 몸도 가벼웠다.

아니, 한 손이 허전할 정도로 홀가분했다.

교재와 교구를 챙겨 넣은 가방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

수연은 다시 발길을 돌려 엘리베이터로 뛰었다.



 급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는 몇 초의 시간이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드디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아침을 서두르는 발소리가 수연을 지나갔다.

수연은 재빨리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순간, 지나는 사람의 보폭과 엇갈려 넘어질 뻔했다.

지나치던 사람은 기분이 나쁠 법도 한데 위태한 수연의 팔을 잡아 주었다.

 "어!"

 "네."

 "여기 사세요?"

 "네!? 누구?"

우산 속 남자의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산을 받아 든 남자의 과 목소리는 기억에 남았었다.

 "아, 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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