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기다려라. 하면
가방 안에 대충 책 넣고 휴대폰 던져 넣고
신발은 왼쪽, 오른쪽도 헷갈리고
넘어질 듯 뛰쳐나간다.
앞서가며 힐끔힐끔 뒤는 돌아본다.
먼저 가라. 하면
가방에 책 넣고 휴대폰 넣고
제대로 넣었나
다시 꺼냈다가
또 넣는다.
속 터져 한 소리에 삐쳐
냅다 가방 들고 뛰어간다.
멈춰라. 하면
열 살에는 열 셀 동안 백 걸음을 가고
스무 살에는 스물 셀 동안 이백 걸음을 가고
서른 살에는 서른 셀 동안 삼백 걸음을 가고
마흔 살에는 마흔 셀 동안 사백 걸음을 가고
반백 살부터는 잠시 숨 고르는 동안 눈앞에서
사라진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