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이야기 3

한 번만이라도 이기적으로.

by 봄비가을바람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돼요. 눈 딱 감고 딱 한 번만이라도 은우 씨만 생각하면 안 돼요?"

"미안해요."

"은우 씨는 나 안 볼 수 있어요. 이렇게 돌아서면 우리 만나지 않은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저, 은우 씨는 오늘 근무 안 하나요?"

혜진이 머뭇거리며 말을 잇지 못 하자 그 남자, 지후가 다시 말했다.

"전화도 계속 꺼져 있어요. 은우 씨한테 무슨 일 있어요?"

마침 지후를 본 점장은 난처한 듯 자리를 피하려다 지후와 눈이 마주쳤다.

"은우 씨, 집에 내려갔어요."

"네!?"

"얘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집에 일이 생긴 것 같아요. 다음 주에는 출근할 거예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은우 씨..
괜찮아요?
서울 오면 연락 좀 줘요.


은우는 화면 속 반짝이는 지후 마음에 왈칵 눈물이 났다.

지금까지 온전히 은우 자신만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었던가.

앞으로도 그런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야 자신도 행복을 꿈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번듯한 직장에 누가 봐도 탐나는 외모와 자상함이 몸에 밴 지후가 은우한테는 왕자님이었다.

왕자와의 만남으로 운명이 바뀐 신데렐라나 백설 공주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자신의 꿈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에 내려와 현실에 마주친 은우는 지후가 자신의 동화 속에서 달아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을 뿐이었다.

언제쯤 좋아질까 하는 기대는 늘 여지없이 무너지고 또 그 짐은 은우에게로 돌아왔다.

항상 저지레 하는 사람이 있고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처럼.

그리고 늘 치우는 몫은 은우였다.

그 짐을 다른 이와 나눌 수는 없었다.

무게에 짓눌러 자신도 늘 휘청이는데 다른 이를 늪처럼 빠져나오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빠져드는 자신의 삶에 끌어들일 수 없었다.



터미널로 들어서는 버스를 좇아 지후의 눈동자가 바삐 움직였다.

은우는 멀리 자신을 찾는 지후의 모습에 점점 비가 내렸다.

아무렇지 않은 듯 지후 앞에 설 수 있을까.

지후가 아프지 않게 시작도 못 한 마지막을 말할 수 있을까.







<출처/Pixabay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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