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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화
여름날의 이야기 4
너와 나의 우산
by
봄비가을바람
Aug 23. 2022
우산은 혼자 혹은 둘이 쓰는 것.
둘이 쓸 때 한쪽으로 기울면 한 사람의 어깨는 비에 젖겠지만 그것마저 감수하겠다는 것.
흔한 사랑의 고백.
"너의 우산이 되어 줄게."
둘이 함께 쓰는 우산은 두 사람 모두 온전히 비를 피할 수 없다.
차라리 우산이 되어 그대만은 온전히 비를 피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은우는 지후와 함께 우산을 쓰자고, 아님 자신의 우산이 되어 달라고도 할 수 없었다.
영원한 사랑은 아니더라도 머물다가는 사랑이기를 바랐었다.
하지만 역시 은우에게는 꿈일 뿐이었다.
지후 앞에서 말문이 열리지 않았지만 해야 했다.
"미안해요."
지후는 은우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썼지만 서로의 고통을 더하는 것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역시 어쩌면 지후를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기에.
"은우야!"
"응."
"왜 하필 여기야? 카페로 바로 오면 되지."
"응, 그냥. 혼자 가기 쑥스럽기도 하고."
"가자."
"응."
"안녕하세요."
"은우 씨, 오래만이에요. 3년 만이지요."
"네. 저기 이거."
"무슨?"
"아기 옷 하나 샀어요."
"뭐 이런 걸 다. 고마워요.
앞으로 우리 다시 잘해 봐요."
"잘 부탁드립니다. 점장님."
"어서 오세요."
"아, 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둘 주세요."
"감사합니다. 진동벨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아, 네."
머뭇머뭇 당황한 남자는 진동벨을 받아 들고 은우를 한번 더 돌아보고 일행이 잡은 자리로 갔다.
"우리 가게 완전 단골이야. 거의 매일 와."
"그래."
말꼬리를 흐리며 눈은 저 멀리 지후에게로 향했다.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반듯한 직장인의 모습으로 누군가의 든든한 지킴이가 됨직한 모습이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보통의 카페 직원과 손님의 대화와 그렇지 못 한 서로를 향한 눈빛이 오고 갔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은우야, 내일 보자."
"조심히 가."
혜진은 마중 나온 남편과 팔짱을 끼고 한 우산을 나누어 쓰고 오락가락 비가 날리는 밤거리 불빛 속으로 사라져 갔다.
방향이 다른 은우는 홀로 우산을 받쳐 들고 걸음을 재촉했다.
"저, 잠깐만요. 우산 좀 같이 쓰실래요?"
어디서 들어본 말인데.
한 남자가 은우의 우산 속으로 뛰어들어왔다.
"아님, 제 우산이 더 크니까 이거 같이 쓰실래요.?"
지후는 은우의 우산을 접어 한 손에 들고 한 손으로 우산을 은우의 머리 위로 받쳐 들었다.
은우는 찬찬히 지후가 하는 대로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가만히 지후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지하철 역까지 가시죠?"
"아니요. 은우 씨 가는 데까지 가는데요."
그리고 은우 우산을 가방에 찔러 넣고는 은우의 어깨를 슬쩍 안고 발맞춰 밤비가 밤빛에 반짝이는 거리로 한 걸음씩 내디뎠다.
<출처/Pixabay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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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차 한국어 선생님이며, 등단 시인입니다.. <시간보다 느린 망각>시산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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