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는 떡볶이이다.

한결같은 맛

by 봄비가을바람



매운 떡볶이를 먹고



빨간 정장 빨간 구두

하얀 블라우스 하얀 피부

미소는 북극에 남극을 더하고

한 마디 한 마디에 비수를 꽂아

삼 년 칼 간 처절한 붉은 복수

심장을 찌르지 않아도

입맞춤 한 번으로 독사과를 맛보았다.


<by 봄비가을바람>





떡볶이는 떡볶이이다.

이렇게 뭔가 있는 것처럼 거창할 필요 없다.

떡볶이를 먹어본 사람만큼 레시피도 그만큼인 누구에게나 최애 음식, 떡볶이.

먹는 사람 입맛에 따라 맵기도 달기도 조절하고 쌀떡, 밀떡 떡 종류와 라면, 쫄면 어묵, 튀김, 계란, 파, 양파 등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의 타협이 가능한 지혜로운 음식이다.



친구와 연인, 가족. 누구와도 추억을 나누는 음식. 떡볶이.

설날 떡국 끓여 먹고 남은 떡도 휘뚜루마뚜루 고추장에 달큼하게 간을 맞춰 떡볶이를 했다.

"에헴, 이게 떡볶이구나."

애들 음식이 아닌 가족 음식으로 탈바꿈한다.

"우리 집에서 떡볶이 해 먹자."

친구들이 모이는 좋은 핑곗거리 떡볶이.

각자 레시피로 훈수를 두어도 집주인 마음대로 만든 떡볶이를 먹으며 깔깔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됐다.

"오늘은 즉석 떡볶이 먹을까요?"

혼자서 먹기에는 왠지 눈치 보이는 즉석 떡볶이.

오랜만에 떡볶이 생각이 통한 연인.

마주 보고 뜨거운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는 떡볶이를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도 온통 떡볶이 생각뿐이다.

익는 순서에 따라 사리부터 건져서 서로 앞접시에 놓아주고 호호 불어 입술에 빨간 티를 내도 오늘은 부끄럽지 않다.

하나 둘 떡을 먹고 양파, 양배추, 삶은 계란 하나 남겨 밥을 볶아 입가심까지 해야 마무리가 된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길에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 동네 최고 멋쟁이 아저씨를 만나면 분식집에 친구와 둘을 앉혀 놓으셨다.

"애들 떡볶이 좀 주세요."

떡볶이 값을 치르시고 총총 볼 일 보시러 버스 타고 가시면 송구하면서도 신났다.

마침 떡볶이를 먹고 싶었는데 짠하고 나타나신 아저씨 덕분에 조금 늦어도 동네 아이들 예뻐하시는 아저씨를 핑계로 삼았다.



시간이 지나고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도 떡볶이 입맛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떡볶이를 먹는 순간마다 하나씩 보태어진 이야기 역시 달아나지 않을 것이다.

떡볶이는 떡볶이이다.

누구에나 떡볶이는 떡볶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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