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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위의 추억
02화
그때는 몰랐던 맛
호박 범벅
by
봄비가을바람
Nov 9. 2022
그때는 몰랐던 맛
늘 있을 줄 알았고
늘 머물 줄
알았던
시간
나도 가고 너도 가는데
어찌 시간만 멈출 것인가.
가을걷이 끝나고
곡식 창고, 무 구덩, 고구마, 감자 상자 쌓기
찬바람 불고 흰 눈 날리기 전
붉은 손가락 호호 불어 김칫독 채웠다.
12월 언달 시작 무렵
가을부터 한쪽 주황색 얼굴로 오매불망
나설 날 기다리던 늙은 호박.
이때다. 강낭콩 더불어
한 발짝 나섰다.
미끄덩 큰 덩이 조심조심 툭 잘라
끈적끈적 실뭉치 걷어내고
누구 좋으라고 호박씨 골라 햇볕에 폈다.
아버지 숟가락으로 속을 깨끗이 목욕시키고
엄마손 닮은 두꺼운 껍질 벗겨 보들보들
.
큰 솥 걸고 아궁이 불 댕겨
흐물흐물 속을 익혀
주걱으로 걸쭉하게 젓었다.
물 만난 강낭콩 포슬포슬
.
가을 알밤 밤톨이도 합세.
찹쌀가루든 밀가루든 어울리면 그뿐.
용암 닮아 혀끝 데고
꿀벌 밥 닮아 다디단 호박 범벅.
이제는 먹을래야 먹을 수 없는 엄마 손맛.
진작 좋다 할 걸.
진작 그립다할 걸.
<by 봄비가을바람 >
<동화, 풍성한 가을 채소밭 글/ 문영미 ,
그림/ 유진희 감수/
고관달>
keyword
호박
가을
시
Brunch Book
숟가락 위의 추억
01
지나는 이를 위한 밥상
02
그때는 몰랐던 맛
03
떡볶이는 떡볶이이다.
04
상처도 추억이 되어..
05
찬바람에 바다 맛을 품어..
숟가락 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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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어요> 출간작가
17년 차 한국어 선생님이며, 등단 시인입니다.. <시간보다 느린 망각>시산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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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는 이를 위한 밥상
떡볶이는 떡볶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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