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엄마의 요리 친구
요리는 엄마의 인생을 같이 동거동락한 친구와도 같았다. 그래서인지 엄마가 처음 시골에서 서울로 10만 원을 들고 왔을 때에도, 투잡 아니 쓰리잡을 하면서 눈 밑에 다크서클이 턱 끝까지 내려왔을 때에도 엄마는 늘 "먹는 거에는 돈 아끼는 거 아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친구를 위해 돈 쓰는 걸 아끼지 말라고 하셨다.
엄마의 그런 철학 때문이었을까?
자연스럽게 나도 먹는 거에 돈을 아끼지 않게 되었고, 내 안의 식탐이라고 불리는 바이러스가 온몸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가 눈치챘을 때에는 이미 치료 시기를 놓쳐버린 후였다.
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그날은 꼬리가 길었다기보다는 밟는 발이 더 빨랐다고나 할까?
전날 야근으로 집안일이 쌓여 출근이 늦어진 엄마는 개학해서 학교를 간다고 나가는 나를 위해 도시락을 싸주고 나서야 겨우 서둘러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부랴부랴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학교에 간 나는 아무도 없는 텅 빈 교실을 마주하곤, 아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 개학임을 깨닫고, 요거트 먹고 나서 자연스럽게 뚜껑을 핥듯이 책상에 앉아서 도시락을 까먹고 해맑게 머리 한번 긁고 나서 집으로 향했는데, 현관문을 여니 평상시라면 나가고 없어야 할 그림자가 내 발끝에 닿아 있었다.
엄마 또한 구두를 신으려고 허리를 굽힌 동시에 열린 현관문 사이로 통통하게 살 오른 흰 무와 같은 둘째 딸의 두 다리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아이고 놀래라!! 딸? 왜 이렇게 빨리 집에 왔어?"
"아... 그게..."
갑작스러운 엄마의 등장에 당황한 루시퍼.. 아니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얼어버렸다. 그런 내 모습에 싸한 느낌이 든 엄마는 나에게 물었다.
"에이 설마.. 딸 혹시 개학날을 잘못 알기라도 한 거야? 에이 아니지?..."
허리를 굽혔다 피면서 벌게진 엄마의 얼굴은 다소 판관포청천의 얼굴빛과도 같았기에 더 대답이 늦어지면 예외 없이 단죄를 당할 것 같은 느낌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사실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
".. 맞아.. 내일이 개학일인가 봐 오늘이 아니라 내가 뭐 그렇지 머.. “
당황스러운 상황에 더 어색해질 우리 사이의 공기를 피하고자 엄마는 황급히 손을 들어 내가 들고 있던 도시락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 하. 하. 얘가 누굴 닮았는지 정말. 그럼 이리 도시락 통 줘. 나가기 전에 빨리 싸준 반찬들 다시 냉장고에 넣고 나가야겠다"
빠르게 나를 향해 다가오는 엄마의 손을 피해 나는 뒷걸음을 치며 도시락통을 뺏기지 않으려 꼭 끌어안았다. 엄마는 얘가 왜 이래 빨리 내놓으라며 엄마 바쁘다고 말하는데도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런 나의 행동에 엄마는 의심의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설마.... 너..."
"....."
"먹고 왔어? 그 짧은 시간에?"
"... 응"
엄마는 황당한 듯 내 손을 텅 빈 도시락을 바라보았고, 그제야 나는 이를 내어 웃으며 가벼워진 품에 있던 보온 도시락 통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엄마는 나의 그런 모습에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못 산다 진짜.. 에휴 “
“헤헤헤.. 맛있었어”
엄마는 해맑은 나에게로 다가와 점심에 먹으려 남겨둔 밥풀 한알을 옷에서 떼면서 쓰윽 내 손을 보더니 물었다.
“어? 그런데 너 들고 갔던 신발주머니는?”
“어? 어라?.. 아.. 학교에 두고 왔네?"
"뭐라고? 도시락 까먹을 정신은 있고 신발주머니를 챙길 정신은 없었어? “
"아... 그런가? 헤헤 그럼 다시 갔다 올게"
“아이고 두야“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이마를 짚은 엄마의 모습을 뒤로 한채 나는 재빠르게 학교를 향했다. 더 잔인하게 끝날 수 있었던 영화가 갑자기 해피엔딩으로 바뀌게 해 준 신발주머니에 감사하며...
엄마는 문 밖으로 나와 해맑게 다시 학교를 가는 내 모습에 그래 그래도 어디 가서 굶고 다니지 않겠다며 앞으로의 내 미래를 점치셨다고 한다.
그렇게 엄마가 점친 내 미래처럼 식탐으로 어디 가서 굶고 다니지 않았으며, 배달을 시켜도 메인 음식 값을 초과하는 토핑이나 사이드메뉴를 선택하곤 했다. 아마 내가 자주 시키는 식당의 주인은 나를 "배보다 배꼽이 큰 손님"으로 부를 수도...
그렇게 생활비의 반 이상이 식비로 탕진되었고, 그래서인지, 남편은 장모님을 만나면 나 때문에 식비가 많이 나간다며 농담 섞인 말을 하곤 했다. 어느 날 지나가다 우연히 그 말을 들은 아빠는 얼굴까지 벌게지며 화를 냈다.
"우리 딸이 얼마나 먹으면 먹는다고! 자네 그 돈 내가 주겠네! 얼만가?”
씨익씨익 거리며 바지를 뒤적이며 화내던 아빠를 뒤로하고 우리는 아무 말하지 못 한채 뒤를 돌고 말았다. 진짜 많이 먹어서 대답 못 하는 딸과 그 금액을 알면 아빠 파산한다는 엄마와 지금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던 더 혼이 날 수도 있는 남편이 말이다.
그렇게 엄마는 오늘도 많이 먹으면서, 다양하게 먹기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같은 식재료로 두 가지 음식을 만들기 위해 메뉴를 계속 연구 중이다.
그렇게 탄생한 생 표고버섯볶음과 표고버섯 전 먹고 싶은 사람 소리 질러!
엄마 나 배고파!
1. 생표고버섯볶음
1. 표고버섯 열개를 기둥 잘라내고 슬라이스로 썰어주어라.
2. 양파 반 개와 대파반, 다진 마늘 반 스푼을 팬에 기름 한 스푼을 넣고 볶다가 향이 올라올 때 버섯 넣고 진간장 두 스푼 매실청, 올리고당 한 스푼씩 넣고 5분쯤 볶다가 굴소스 들기름 반 스푼 넣고 깨소금 팍팍 뿌려라
3. 완성!! 덮밥으로 먹어도 맛있는 표고버섯볶음이요^^
2. 표고버섯 전
1. 슬라이스 한 표고버섯에 부침가루 넣고 반컵정도의 물을 첨가하고 되직하게 반죽해라
2. 노릇노릇 부쳐 양념장 찍으면 표고 전으로도 맛있다.
그동안 엄마 나 배고파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많은 응원에 따뜻한 마음에 감동적인 연재였습니다
보너스 에피소드) 얼마 전 엄마가 알려준 겉절이 김치 레시피로 남편과 겉절이를 담가보았다. 처음 담갔을 때 새우젓 냄새 때문에 망했다고 생각했지만 거품이 탁탁거리는 소리를 내뱉다가 몇 시간 뒤에 그럴싸한 겉절이 맛이 냈다. 나는 신이 나서 엄마에게 사진과 함께 "우리 겉절이 어땨?"라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엄마는 자신이 한 김치보다 더 맛나 보인다며 답장을 했다.
그리고 엄마의 요리친구가 요. 똥. 인 나를 겉절이로 희망을 주었듯이, 지금 겨울인 엄마의 마음에도 따뜻한 바람을 불어주었으면 좋겠다. 엄마의 친구로 인해 따뜻했던 내 추억들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딸을 대신해 항상 엄마의 곁에서 엄마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Ps. 엄마의 요리친구
어이 요리친구! 오늘부터 나와 더 친하게 지내보자! 오늘부턴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을 엄마에게 택배 가득 실어 보낼 수 있는 날을 위해 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