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변덕스럽게

5화

by 김소연



내 기분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더운 것도 추운 것도 선호하지 않는다. 여름과 겨울을 좋아하는 건 때론 너무 열정적인 사람이나 너무 차가운 사람과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의 무기력함이 더 강조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주 뜨겁거나 차가운, 양극의 음식을 좋아하면서도 그냥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 덮어 넣어둔 뜨뜻미지근한 밥처럼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는 나로서는 이해 불가한 일이다. 그래서 나와 같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봄과 가을을 좋아하나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무겁지 않은 얇은 옷으로 종일 밖에서 시간을 보내도 괜찮은 부담스럽지 않은 날씨 말이다.


우리 엄마가 봄과 가을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름엔 에어컨으로 인해 전기세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겨울엔 난방비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계절을 선호하는 이유도 참 다양하다. 람들이 봄과 가을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저 무난한 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인 다.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가 봄가을을 좋아하는 건 자연스러워 보인다.





헌데 사람들이 선호하는 봄과 가을은 정말 누구에게나 따스함을 주는 좋은 날들일까. 사실 봄은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다수의 사람들에겐 최악의 계절이며 가을은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겐 최악의 계절이지 않은가. 어쩌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만큼 그 계절은 참 까다로우며 어떤 이에겐 해를 끼치기도 한다. 더군다나 일교차가 큰 봄과 가을의 날씨를 감안한다면, 아침마다 어떤 옷을 입어야할지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게 본다면 봄과 가을은 우리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변덕스러운 계절일지도 모른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겨울이었다. 한 겨울 밖에 나가면 온몸이 얼어버릴 것 같은 차가운 날씨를 좋아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겨울이 아니라 봄과 가을을 선호하고 있었다. 그렇게 누구나 좋아하는 삶을 살아가는 게 더 나은 삶이라 여겼다. 하지만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어야 한다. 억지로 무슨 이유를 붙여가면서까지 내 감정을 억누를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류에 속하고 싶다. 그런 계절을 닮기 위해 그런 사소하고 모호한 단점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적당한 날씨인 봄과 가을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헌데 화가 나도 참으며, 용감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못대부분의 사람들일지라도 늘 같은 온도의 평온함을 유지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 아닌가. 그건 마치 봄과 가을의 일교차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 비슷하다.


겨울을 좋아하는 내가 봄과 가을의 기온을 좋아하려면 나는 얼만큼의 노력이 필요할까. 난 그 계절에 얼마나 많은 화를 내고 얼마나 변덕스러워 져야 할까. 잘 생각해보면 좋겠다. 정말 좋아하는 계절이 무엇인지. 억지로 다른 계절을 선호하는 일이 맞는 건지 말이다. 우리 모두 같을 필요 없는 사람들 아닌가.



“억지로 내 삶을 변화시키려 한다면, 나는 참 변덕스러운 사람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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