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보다 나은 운빨

19화

by 김소연



세상에는 노력으로 되는 일보다 되지 않는 일이 더 많다.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나보다 더 노력하는 어떤 이와 그보다 더 막강한 경쟁상대인 운이 좋은 어떤 이가 늘 곁에 있기 문이다.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합격한 비결이 보기만 해도 우스운 자신의 외모 덕분이라 말하는 개그맨들을 심심치 않게 봤다. 정말 그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내가 심사위원이라면 정말 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그런 사람을 뽑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과정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지 않은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재밌는 사람이 되는 건 노력으로는 힘든 일 같다. 유명하지 않은 작가가 쓴 책보다 유명 연예인이 쓴 책이 더 잘 팔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외모를 가진 운이 좋은 개그맨들의 무용담을 들으며 상대적으로 공채시험에서 여러 번 낙방한 사람들의 기분은 어떨까. 그런 외모를 가지지 못한 KBS 공채 개그맨 김니나씨는 도전 6년 만에 합격을 하여 개그맨이 다. 하지만 개그맨이 된지 5년 만에 개그 프로그램이 없어지며 일자리를 잃었다.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은 지 일 년만의 일이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보다 더 짧았던 개그맨이었던 시간. 촉망받는 개그맨에서 졸지에 실업자가 되기까지 그녀가 잘못한 일은 무엇일까?


시련을 겪는 이유가 내 잘못이나 잘못된 선택에 의한 것이라면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내가 겪은 시련이 내 잘못에 의한 것이라면 내 마음가짐에 의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시련을 겪은 사람이라면 미래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시련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안한 감정을 가지고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그 불안한 감정이라는 마음의 짐이 아니더라도 그 시련은 오래 지속되고 있다. 아직도 그녀는 안정된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때 설 무대가 없어진 그녀는 상대적으로 유명한 다른 개그맨들처럼 방송출연을 많이 하긴 어려웠다. 그녀의 입장에선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방송 출연이 정지된 것도 아닌데 자신의 꿈이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처럼 생각되진 않았을까.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그녀가 할수 있는 일은 없었다.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는 건 가끔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기대가 큰 일 일수록 상실감도 더 클 테니 말이다.





꿈속에서 달리기를 한 적이 있다면 그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 거다. 잠들어있는 상태로 똑바로 누워 발을 허공으로 올린다는 건 그런 거다. 아무리 꿈속이라 해도 처음부터 불공정한 일. 내가 만약 육상선수라 해도 꿈속에서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애써도 달라지는 건 없다. 그저 이 악몽이 끝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하지만, 노력으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누구에게나 노력하면 잘될 거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으니 참 답답한 일이다. 수험생들 전부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한들, 모두 1등급을 받을 수는 없는 일이며,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도 모두 성공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사람들이 노력해도 되지 않는 상황엔 모두 비슷한 결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이는 단거리 달리기 선수이고, 어떤 이는 마라톤 선수이다. 인생이란, 고속도로로 전력질주를 해도 좋고, 국도로 천천히 가도 좋다.


그 길이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든 길을 잘못 들어 돌아서 가는 길이든 상관없다. 어차피 어느 길로 가든지 목적지에 다다를 니까. 그러니 열심히 달려도 끝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는 잠시 쉬어가자. 만약 길을 가다가 늪에 빠졌을 때 발버둥 친다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될 테니 말이다.



“지금 슬럼프에 빠졌다면 잠시 쉬어가도 좋니다.”






keyword
이전 19화시대를 잘못 만난 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