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사는 걸 아주 좋아한다. 다독은 못해도 내 책장에 책은 넘칠 만큼 많이 있다. 나의 책 읽는 방식은 이렇다. 내 책장엔 반도 읽지 못한 책들이 수두룩하지만, 마음에 드는 책은 열 번도 넘게 읽을 수 있다. 그러니 책은 빌려 읽는 게 아니라 꼭 소유해야 마음이 편하다.
나는 주로 소설을 좋아하는데, 책을 구입할 때 주로 소설 장르에 유명한 출판사 책이나 유명 작가의 책을 선호한다. 베스트셀러인 책을 절대 읽지 않는다는 어떤 작가님과는 정반대다. 그 작가님은 ‘나까지 굳이 베스트셀러를 읽어야 할까? 세상에 나온 줄도 모르게 사라지는 좋은 책이 얼마나 많은데?’라는 말을 했지만, 내가 베스트셀러를 구입하는 이유는 책을 구입하는 비용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다. 이미 내 책장엔 읽다가 중간에 포기한 책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실 다 읽지 못할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의 저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내 마음에 들어오지 않은 그런 책을 나는 긁지 않은 복권처럼 세상에 남겨두고 싶다.
얼마 전에 나는 추리소설 한권을 구입했다. 이상하게도 그 책은 내가 책을 고르는 조건에 해당하지 않았지만,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안사고 못 베길 정도로 광고나 리뷰가 완벽했다. 그래 이 책이 내 인생 책 중 한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하지만 결국 내 인생 책을 한권 추가하겠다는 내 바람은 실패로 끝났다. 그 책의 내용이 기대 이하이거나, 추리소설의 미덕인 반전이 부족했던 건 아니었다. 다만, 나는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첫 장을 넘긴 거였다.
처음 내 책을 홍보할 때 느꼈던 감정은 이러했다. 책의 내용보다 더 훌륭한 광고 내용를 만든다면, 사람들이 내 책을 더 많이 사주겠지라는 생각. 하지만 나는 작가이지 마케터가 아니다. 좋은 책을 만드는 작가와 많은 책이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 언제든 나는 이 둘 중 전자를 선택할 거다. 늘 그렇듯 이성과 감정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틈이 있다.
나는 누군가가 내게 어떤 기대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광고에 자주 현혹되는 귀가 얇은 나는 과대광고의 허점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빛좋은 개살구보다는 흙속에 파뭍힌 진주가 훗날 더 빛날 것이란 걸 안다.
별 기대감 없이 우연히 읽게 된 잔잔한 감동이 있는 책이 기대감을 잔뜩 안고 실망감을 남긴 책보다 더 나를 감동시킬 수 있다. 어떤 책도 편협한 사고로 읽어서는 안된다. 내 에세이의 첫 독자인 내 언니로부터 '책의 내용보다 인터뷰 내용이 더 훌륭했다'라는 의견을 들은 후로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앞으로 새로운 책이 나와도 절대 인터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리는 무언가를 기대하기에 실망하며 좌절한다. 실망이란 애초에 어떤 기준이 없다면 느끼지 않을 감정이다. 그런 이유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가수가 그 이후에 어떤 노래를 만들어도 대중들의 외면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만들어지곤 하지 않는가. 인생에서 기대감은 때론 독이 되는 것이다. 삶에서 기대감을 조금 내려놓는다면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해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