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들어가는 행복

15화

by 김소연



어렸을 적 우리 집은 늘 한결같이 정리정돈 된 모습이었다. 요즘 방송에서 나오는 연예인들의 깔끔한 집처럼 언제 누가 들이닥쳐 카메라를 들이댄대도 전혀 부끄럽지 않을 만큼 말이다. 엄마는 청소에 유난히 집착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본 엄마는 아침저녁으로 청소를 하면서도 늘 집안에 먼지 한 톨 머리카락 한 올 떨어지기가 무섭게 연신 그것을 손으로 집어내기 바빴다. 물걸레질을 하루에 두번씩 그것도 손 걸레질로 했다면 누가 믿을까. 이쯤에서 우리 엄마가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살림에 취미가 있는 현모양처이거나 주부 9단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맛깔나는 음식도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을 지를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내 생각엔 그저 청소에만 집착하는 강박증이 있다.


엄마는 급기야 그 깔끔함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 뿐 아니라 청소하지 않아도 괜찮은 주위 사람들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깔끔한 성격답게 본인이 청소를 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일엔 늘 엄마대신 나와 내 언니가 그 일을 해야 했다. 그러니까 엄마는 청소를 즐기는 성향은 아닌 듯다. 딸 둘이 모두 출가한 지금도 청소는 오롯이 퇴직한 아버지의 몫이다. 모 연예인의 아내가 청소가 취미이며 청소할 때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청소가 취미라면 그 취미 생활은 본인이 할때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렸을 때 자녀에게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건 아이의 정서에 좋지 않다. 유년시절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행동이 부당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면, 어른이 된 후 그 상황이 아주 긍정적일 수도 있겠지만, 아주 부정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부모에게 학업성적으로 압박을 당했던 사람들에게서는 자신의 자녀에게 같은 방법으로 공부를 강요하거나 방치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거다. 이 모든 게 나의 궤변일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나의 청소는 이미 그때 끝이 났, 그게 지금의 내가 청소나 정리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싫은 이유가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시절의 나도 지금처럼 청소가 싫었지만 단정한 집안 상태를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청소 정도는 내가 해주어도 괜찮았다. 청소를 하기 싫어서 하는 변명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 자신에게 있어야 한다. 비단 청소 하나의 문제는 아닐테니 말이다. 행복은 누군가가 대신 해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엄마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다.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한지 아직 찾지 못하신 듯 하다. 이미 늦은 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행복한 일을 찾으시면 좋겠다. 자식이나 남편 말고 자신만의 일말이다.


내가 행복한 일은 내가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내 행복을 타인이 만들어 주는 상황이라면 나는 주체적으로 행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내 마음도 늘 한결같이 유지하는 게 힘든데 타인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만들 수도 없는 일이지 않은가.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이 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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