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만큼 하찮은 소중함

22화

by 김소연



온 집안을 발칵 뒤집어도 나오지 않는다. 거실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던 USB를 한참 동안이나 찾았다. 잃어버릴까봐 안전한 곳에 잘 넣어두려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의 기억은 없다. 이상하게도 나는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 꼭 필요한 무언가를 찾을 때마다 느끼는 건, 잘 정리 되었다고 생각했던 서랍 안에는 늘 내게 필요한 것보다 불필요한 물건들이 더 많다는 거다. 그것들은 언제 샀는지도 모르지만 버리기 아까워 쌓아둔 조금 값나가는 쓰레기 같다.





어느날 마음먹고 그것들을 정리할 때면, 버리고 버려도 늘 버릴 것은 끝도 없이 나온다. 그 중에서는 이런 걸 왜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을까 의문이 드는 물건들이 있다. 거의 삼년에 한번 이사를 했으니 다행이지 한 곳에 오래 살았으면 우리 집은 쓰레기장이 됐을 거다.


그 덕분이다.

내게 소중한 물건을 늘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이유 말이다. 꼭 필요하진 않지만 버릴 수 없는 물건들을 쌓아두선 가뜩이나 좁은 수납공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


그 중에서도 내게 불필요한 물건들은 철 지난 옷이 대부분이다. 옷을 자주 사지만 입을 옷이 없는 건 어쩌면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옷을 새로 사서 정리할 때면 이런 기분이 든다. 일 년에 한 번도 입지 않는 옷들 사이를 비집고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깊숙이, 마치 안전한 곳에 잘 버린 느낌이랄까. 장 문을 열면 리되지 못한 아무렇게나 켜켜이 쌓아둔 어지러운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그 어지러움 속에서 여유로움을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수 없다.


사실 어떤 옷들은 사놓고 한 번도 손길이 가지 않는 것들도 있다. 내겐 딱 한번 입은 옷들과 한 번도 입지 못한 옷들이 많다. 패션이라고는 캐쥬얼 코디 밖에 할 줄 모르는 내가 지나가는 어떤 사람이 입은, 내겐 어울리지도 않는 하늘하늘한 꽃무늬 원피스와 좋아하는 연예인이 입었던 힙한 패션을 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늘 입는 옷이라곤 다 낡아빠진 티셔츠 몇 장과 청바지 몇 벌이 전부이다.


헌데, 매일 입는 그 옷들과 혹시 근사한 곳에 외출하게 되면 입으려고 사놓은 옷 중에서 정말 내게 소중한 옷은 무얼까. 내 손에 언제든 닿을 빨래걸이의 낡은 티셔츠와 장롱 깊숙이 잘 넣어둔 옷, 그 위치의 차이만큼 둘의 쓰임은 참 다르지 않은가. 값이 나가서 구입할 때에도 신중했던 집안에서는 절대 못 입을 옷보다 아무렇지 않게 구입해 헤질 때까지 입을 수 있는 옷이 사실 더 쓰임이 많은, 내겐 꼭 필요한 물건이지 않은가. 늘 만나고 싶어 아쉽고, 시간을 내도 만나기 어려운 친구보다 늘 곁에 있어서 소중한 줄 몰랐던 가족이 더 소중한 사람이듯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걸 애써 모른 척 할 때가 많다.


내가 기억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쓸모없는 기억이 많다. 예를 들면 두고두고 후회가 남을 상황이라든지, 지금까지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흑역사 같은 것들 말이다. 주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은 끝끝내 잊혀 지지 않고 나를 괴롭힌다. 실생활에 꼭 필요한 상식 같은 걸 잊지않고 내내 기억하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기억들은 내게 익숙하지 않아 잘 잊혀다.


우리는 가끔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특별함을 부여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너무나 소중해서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을 장소에 잘 넣어둔 물건은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거실의 먼지보다 내 삶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어쩌면 특별해진다는 건 특별하지 않은 것들보다 더 외로운 거다. 우리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늘 곁에 함께 할 수 없는 게 많다.


사랑하는 이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가 묻는다면, 당신은 이미 그 사람에게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특별함은 익숙함보다 불편하다. 마음의 어디에도 특별함이라는 걸 따로 정해놓을 자리가 없으니 말이다. 누군가의 마음에 특별하게 자리잡는다는 건 그가 가지고 있는 여러 다른 마음 안에 깊숙이 파묻혀 불편함을 감내하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먼지만큼 하찮아져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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