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따라 출근길에 우연히 시간이 지체되어 늦게 출발한다. 아주 조금 늦었을 뿐인데 차가 많이 막히고 늦게 도착할 때쯤 내 회사 건물이 테러를 당한다는 그런 상상. 그러면 나는 우연히 운이 좋아서 홀로 살아남은 생존자이며 주인공이 된다. 이런 걸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던가.별다른 노력 없이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하지만 현실에 내게 그런 일은 없다. 아침에 5분 늦게 출발했을 뿐인데, 차가 얼마나 막히는지 평소의 두 배는 걸린다. 아주 사소한 작은 시간이었을 뿐인데 난 또 지각을 한다. 그러면 난 또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왜 사람들은 같은 시간대에 출근을 하는 건지. 왜 모두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지 말이다. 하긴 사회는 서로 얽혀있으니, 나와 내 거래처는 비슷한 장소에 위치하며, 같은 시간에 일하는 게 서로 편하다.
그래서이다. 모두 목적지는 다르나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고 서로 경쟁하는 것.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꿈은 다르지만, 어디서든 모두의 경쟁자가 된다.
공원에서 운동하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앞으로 걷거나 달리지만 간혹 뒤로 걷는 사람들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뒤로 걷는 분들의 운동 방식이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인다. 뒤로 걸으며 이따금씩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피해가야 하며, 또 걸려서 넘어질 만한 장애물이 있는지 자주 뒤를 돌아봐야 한다. 게다가 속도도 매우 느리지 않은가.
그럼에도 뒤로 걷는 이유는 뒤로 걷는 운동이 앞으로 걷는 것보다 칼로리가 더 많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자극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같은 시간을 걸어도 뒤로 걸을 때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한다. 사람의 뇌는 불안한 감정을 견디는 것까지 칼로리로 소비하기 때문이다. 감정 노동에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하나보다. 때로는 높은 칼로리의 음식이 필요하겠지만.
항상 같은 방식으로는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없다. 또한 나와 길이 다른 타인의 경쟁자가 될 필요도 없다. 앞으로 걷는 게 더 빠르고 안정적이겠지만, 가끔은 아주 천천히 뒤로 걸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