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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Nov 17. 2023

운이 실력이 될 수 있다면,




 종종, 아니 자주 인생은 뜻하지 않게 흘러간다. 패기 넘치게 도전했던 일에 고배를 마시고, 우연히 해볼까 했던 일에 성과를 내기도 하는 거다. 내가 원한 건 아주 사소한 관심이었는데 과한 관심에 부담스러워지기도 하고, 우연히 찍은 문제가 답이 연달아 맞으며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 정성 들여 쓴 글에 혹평을 받다가 그냥 끄적인 글에 큰 호응을 얻기도 하며 나의 작가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기도 했다. 가끔 재미있게 글을 쓰는 작가님들을 염탐하지만, 구독은 하지 않는다. 매일 이름 검색하고 들어가 글을 읽는다. 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난 아직 멀었네 생각하고는 좌절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내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그들을 구독하지 않는 게 내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었다.


 예전에 지인이 우연히 구매한 복권에 5억 원이 당첨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평소에 전혀 눈먼 돈에 관심이 없던 그는 그날따라 좋은 꿈을 꾸었고, 지나가는 길에 복권판매점이 있었고, 딱 복권 한 장 값의 현금이 있었다고 했다. 모든 건 우연히 이루어졌다. 의도된 일이 아니니 가족과 지인들에게 선물도 주었고, 마음껏 기뻐할 수 있었다. 될 놈은 뭘 해도  되고 안될 놈은 뭘 해도 안된다. 나는 주로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서 우연히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무계획 속의 행운 같은 건 기대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를 부러워하는 마음 같은 건 갖지 않았다.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자존감을 지키는 일이 될까. 궁금하다. 뜻하지 않게 흘러가는 마음을 모른척하는 일이 나를 지키는 일이 될 수 있을지. 운도 실력이라고 했는데, 나는 실력이 있는 사람인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내내 고생했던 딸이 수능을 봤으니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자꾸만 초조해진다. 걱정이 늘어간다.



 어차피 해결될 일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고, 해결되지 않을 일이라면 걱정해도 소용없다. _달라이라마


 

 운이 실력이 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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