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예술 작품

인간답게 말고 사람처럼 살고 싶어요

by 김소연


그의 언어는 아무리 찬찬히 곱씹어 봐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하루는 그런 글을 쓰는 이유가 무언지에 대해 그에게 물었다. 그는 찡그린 얼굴이 생생하게 그려질 듯 한심하다는 표정과 말투로 나에게 말했다. 이런 게 예술이라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법한 당신의 그 언어는 예술이라 칭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의 말은 틀렸다. 가끔 나의 글도 어렵다며 해석이 필요하다는 독자가 있다. 마치 그는 태초에 귀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할 말만을 내뱉는다. 하긴, 그와 그의 무리들은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마치 재미난 이야기를 하듯 웃어댄다. 또 서로의 작품에 대해 정말 멋지다. 최고의 작품이다. 라는 말을 쓰며 추켜세우지만, 나에겐 그 말들이 ‘정말 난해해’, ‘정말 별로다’라는 말로 들린다.





그는 이 알 수 없는 언어로 에스파냐어를 쓰는 친구와도 교감할 수 있다며, 싱그럽게 웃는 한 여인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의 언어를 빌어 말하자면 세상을 편협하게 바라보는 일이 바로 예술이다. 그의 그림처럼 말이다. 잊고 있었다. 그가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 화가라는 사실을. 그의 그림은 글만큼이나 난해하다. 그는 자신이 그린 폭력적이고, 끔찍한 빨간색과 검은색이 난잡하게 조합된 그림을 보여주며 참 아름다운 작품이라 평가했다. ‘예술 작품은 그 작품을 만든 당사자가 아니라 제 3자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그에게 말했더니, 그에게서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더 이상 자신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와 어떠한 교감도 원치 않는다. 예술 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는 대화하고 싶지가 않다고 말했다. 마치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의 예술 세계를 누군가 알려고 하는 일이 거슬리는 듯 했다. 세상의 예술을 혼자서 다 가져야하는 것처럼. 유명한 화가의 작품에도 있는 해설이 그의 작품에는 무용했고, 그래야 자신을 예술가라고 칭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비록 실력은 별로 없지만, 나도 미술을 전공했다. 어느 누구라도 자신이 만들어낸 창작물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면 불쾌한 게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최소한 그 작품에 대해 궁금해 하는 독자에게는 친절함으로 무장해야한다. 그게 바로 예술인의 자세 아니겠는가. 때론 비판이 예술을 살아 숨 쉬게 한다는 걸 그도 이미 알고 있으리라. 다만,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이유와 친절함이 내게 없었던 거다. 누군가에게 다가갈 때 알맞은 언어와 몸짓만으로도 상대를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나도 그도 모르고 있었다.


이 세상에 내가 아닌 누구도 내가 될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 이미 내 곁의 어떤 이는 나를 떠난 이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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