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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Aug 06. 2021

성냥팔이 소녀_ 안데르센 세계명작

브런치x저작권위원회

오늘은 그믐달이 뜨는 날이에요.

언제 부턴가 그믐달이 뜨면 이 마을의 아이들은 악몽을 꾸었어요.

그래서 그믐달이 뜨는 날엔 악몽을 꾸는 아이들이 성냥팔이 소녀를 찾아온답니다.

성냥팔이 소녀는 아이들의 꿈을 다른 꿈으로 바꿔주는 일을 하거든요.


해가 지고 그믐달이 뜨자, 한 남자아이가 다가와 물었어요.

“난 매일 밤 오줌 싸는 꿈을 꿔. 그리고 진짜 이불에 지도를 그리지 뭐야. 이 꿈도 바꿔줄 수 있니?”

성냥팔이 소녀는 성냥하나와 작은 초를 건네며 말했어요.

“이 성냥으로 초에 불을 붙이고 자면 예쁜 꿈을 꿀 수 있을 거야.”

그날 밤 그 아이는 멋진 왕자님이 되는 꿈을 꾸었어요.


다른 아이가 찾아와 말했어요.

“난 밤마다 무서운 괴물이 나오는 꿈을 꿔.”

“이 초를 켜두면 멋진 꿈을 꿀 수 있을 거야.”

그날 밤 아이는 예쁜 꽃밭에서 친구와 함께 뛰노는 꿈을 꾸었어요.


하지만 꿈을 바꿀 수 있는 건 단 몇 시간뿐이에요.

아이들은 그 초가 켜 있는 몇 시간 동안에만 잠들 수 있어요. 성냥팔이 소녀는 아이들에게 모두 다른 길이의 초를 나누어줘요. 그래서 성냥팔이 소녀에게 더 긴 초를 달라고 부탁하죠.  그래도 소용없는 일이에요. 악몽의 크기만큼의 초를 골라 아이들에게 건네주거든요.


다음 그믐달이 뜨는 날엔 더 많은 아이들이 모여들었어요. 성냥팔이 소녀는 모두에게 상냥히 성냥과 제각각의 길이의 초를 나누어주었지만 단 한명에게만큼은 주지 않았어요.

그 아이는 성냥팔이 소녀의 이웃집에 사는 소년이었어요.

소년은 그 전 그믐달이 뜨는 날 소녀에게 더 긴 초를 달라고 떼쓰다가 쫓겨났었거든요.


소년은 너무 억울했어요.

다른 아이들의 악몽의 내용을 듣고 알맞은 길이의 초를 나누어주는 성냥팔이 소녀가 너무 미웠어요. 유독 자신에게만 너무 짧은 초를 주었거든요.

“나는 그믐달이 뜨는 밤마다 우리 집 강아지를 죽이는 꿈을 꿔. 왜 나에게는 이렇게 짧은 초를 주는 거야? 더 긴 초가 필요하다고. 나 너무 무서워.”

성냥팔이 소녀는 말했어요.

“꿈을 모두가 잠든 사이에 꾸는 건 아니야. 잠들지 않고도 꿀 수 있지.”


소년은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엉뚱한 말을 하는 성냥팔이 소녀가 너무 미웠어요.

소년은 자신에게만 성냥과 초를 주지 않는 소녀를 생각하면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소년은 어깨가 축 쳐진 채로 집으로 걸음을 옮겼어요.


그날 밤 소년은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어요. 다시 시작될 악몽이 두려웠거든요. 밖에선 늑대소리인지 들개소리인지 모를 큰 울음소리가 났어요. 소년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어요. 더 큰 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고 이불을 더 꼭 손에 쥐었어요.


그러다가 문득 밖에서 혼자 떨고 있는 소년의 강아지 뭉치 생각이 났어요. 하지만 소년은 이불 안에서 나올 수가 없었어요. 자신이 잠에 들었는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았거든요. 이렇게 늑대소리가 나는데 혼자서 얼마나 무서울까요? 소년은 용기내어 자신의 2층 방을 나와 아래층으로 살금살금 내려갔어요.


현관문을 열자 소년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 했어요. 앞집에 사는 성냥팔이 소녀가 소년의 강아지 뭉치를 안고 현관문 앞에 서 있었거든요.

소년은 성냥팔이 소녀에게 물었어요.

“여기서 뭘 하는 거야?! 뭉치 내놔!”

성냥팔이 소녀는 한심하다는 듯 소년을 바라보며 강아지를 건네줬어요.

“다행이다. 아직 잠들지 않았구나.”

“그믐날이 되면 저 앞산에서 늑대들이 내려와. 넌 그걸 몰랐니? 네가 그믐날 밤마다 죽이려고 한건 뭉치가 아니라 늑대야!”

성냥팔이 소녀는 소년에게 아주 긴 초와 성냥하나를 건넸어요.

“오늘 밤만 특별히 주는 거야. 다음번 그믐달이 뜨는 날엔 꼭 뭉치를 네 방에서 재워. 다음번 그믐달부터는 초와 성냥이 필요 없겠지?”

그날 이후 소년은 그믐달이 뜨는 밤에도 좋은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어요.


성냥팔이 소녀는 한 달에 한번 그믐달이 뜨는 날 모두에게 좋은 꿈을 선물하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그 다음 그믐달이 뜨는 밤에 다른 아이를 찾아갔어요. 그 다음 그믐달이 뜨는 밤에도요.


어느 날부터인지 이 마을에선 그믐달이 뜨는 밤에도 아이들은 성냥팔이 소녀를 찾아오지 않았어요. 이 마을에 그믐달이 뜨면 악몽을 꾸는 아이들의 저주가 풀린 걸까요? 더 이상 이 마을엔 성냥팔이 소녀가 필요 없게 되었어요. 또 다른 어느 마을에 성냥팔이 소녀가 나타나겠죠.


악몽을 꾸는 날엔 성냥팔이 소녀를 기억해요. 하지만 악몽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은 내 안에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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