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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얄리 Jun 01. 2020

삶, 글과 노래가 되어

박완서 그리고 신해철

잘 아는 사람도 아니고 만났던 사람도 아닌, 내가 모르는 사람의 기억에 머물기 위해 하루를 쓴다. 이제라도 알고 싶고, 나는 만나보지 못한 그 사람을 만났던 사람이라도 보고 싶었다. 내 마음을 걸어 두려고만 하면 이미 그들은, 거기로 온다. 늦게 찾은 것이 아쉬울 것도 없다. 기억하며 살아갈 시간이 여전히 남았다. 떠났지만 떠나지 않은 사람들. 그들은 거기로 온다.



작가 박완서의 기억이 묻는다.


삶이 어떻게 글이 되는지 아는가?


작가의 일생과 작품이 연대기처럼 이어진다. 어린이와 청년 그리고 중년을 지나 노년까지의 삶에서, 어떤 사건이 어떤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어떤 글로 남는지 바라본다. 작가의 필체와 작가의 사진들은 제각각 쓰이고 찍힌 그 시점에 멈춰져 있다. 모니터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조용히 헤드폰을 귀에 건다. 작가 자신과 작가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듣는다. 청자가 있으니 화자도 살아난다. 독대다.



뮤지션 신해철의 기억이 묻는다.


생각이 어떻게 노래가 되는지 아는가?


그가 깊은 철학을 논하고 무리는 생각한다. 그가 장난치듯 툭툭 건드리고 무리는 웃는다. 그가 삶의 소중함을 전하고 무리는 그러한 삶에 감사한다. "그를 기억해 달라"는 사람이 울고, "그를 어떻게 잊을 수 있냐?"는 사람도 운다. 그는 한곡도 직접 부르지 않음으로, 모인 사람들의 입을 열게 한다. 떼창이다.





이들의 젊음보다 더 와 닿았던 것은 나이듬 이었다. 삶을 어느 정도 살아내고 난 다음 담담하게 '살아 보고 느낀 것들을 글과 음악에 담아냈을 때, 나는 작가와 음악가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이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빛이 나고 아름다웠던 청춘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를 훌쩍 넘어선 이들에게는 자신만의 삶의 체취라는 것이 풍겨 난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간직된 것들도 글이나 음악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뜨거운 것이 아니라 따뜻함. 오래 머물러도 데일 것 같지 않은 온기. 이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떠 올리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을까? 시간은 한 사람의 눈을 곱게 하고 입을 곱게 한다. 내 안의 것들과 대화를 끝낸 이들이 가지는 타인에 대한 부드러운 시선, 나도 그런 나이 듦을 얻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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