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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가이드 Apr 23. 2023

올레길 걸으셨어요?

몇 해 전 ‘제주 올레길’은 영국 아웃도어 여행잡지 ‘액티브 트래블러 매거진(Active Traveler Magazine)’에서 세계 10대 해안 트레일 코스로 선정됐다. 아시아권에서 이 타이틀에 선정된 것은 제주 올레길이 유일하다. 액티브 트래블러는 “제주 올레는 보물섬 제주도에서 왕관의 보석과 같은 길”로 소개하기도 했다. 해안 트레일 코스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제주 올레길이다.





제주에서는 ‘올레’는 여행이 아닌, 일상에서 사용되는 단어였다. 흔히 알고 있는 ‘해안을 걷는 길’이 아니다. 올레는 단순히 트레킹 길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이며, 공공 건축의 역할을 했던 길이다.


옛 제주의 마을 공간을 보면 큰길에서 갈려 나온다. 큰길에서 뻗은 갈림길이 동네를 이어주고, 동네에서 뻗은 작은 골목길은 집까지 이어진다. 이렇게 큰길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을 올레라고 불렀다. 올레는 올레와 연결된 각각의 집을 독립적인 곳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올레길을 걷다 보면 낮은 돌담을 통해 옆집의 마당을 볼 수도 있었다. 올레는 사유 공간이기도 하고, 공유 공간이기도 한 재미있는 공간 구조물이다.





올레는 제주 자연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바람이 드센 제주이기에 올레라는 공간 건축이 탄생할 수 있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올레는 강한 바람의 힘을 분산하고, 마당의 먼지 날림과 널어놓은 곡식의 흐트러짐도 막는 역할을 했다.


제주 여행에서 세계가 인정한 제주 올레길을 걸으며, 한 번쯤은 진짜 올레의 의미를 떠올려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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