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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양선 Oct 27. 2023

팍팍한 삶에 쥐어진 온기라는 도구

Why?에 대한 답변

   나는 왜 나의 조카에 대해서 쓰고 싶은가? 나의 글은 어떤 효용 가치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우선 하고자 한다.


1. 당신에게 온기라는 도구를 쥐어주고 싶다. 

    나는 밥 벌어먹고 사는 게 팍팍하고 위로가 필요할 때 2019년생(만 4세) 조카를 찾는다. 아이에게 힘내라는 직접적인 위로를 듣지 않아도, 다섯 살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이 얼마나 때 묻지 않았는 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은 '밥 벌어먹고 사느라 팍팍한 곳'에서 '아직 살만한 곳'으로 조금은 바뀐다.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가 있을 때, 이 이야기를 도구로 활용하기 바란다. 아, 아직 세상은 살만하니까, 조금 더 힘내보자.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나는 따뜻한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2021년 4월부터 하루 3가지씩 감사일기를 적고 있다. 그런데 2022년 7월 어느 날 아침, 2주 간 연속되는 철야 근무에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상태로 택시에서 습관적으로 감사일기를 적으려고 스크롤을 내리다가 그날은 우연히 직전 한 달 감사일기를 시간을 할애해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위로받았다. '아, 나에게 사실 이런 행복하고 따뜻한 순간들이 있었구나'라고 깨달았고, '지금 이 시간들은 곧 지나갈 거야'라는 사고전환이 감사일기라는 근거가 있으니 좀 더 용이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는다. 온기는 분명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무기인데, 우리는 망각으로 인해 무기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조카 이야기가 당신에게 주는 온기가 당신의 삶에도 무기가 되기를 바란다.


    참고로, 감사일기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정말 별 거 아니지만, 꽤나 구체적으로 적는다.


    -산책하다가 갑자기 켜진 가로등 불에 거리가 환해짐에 따라 내 기분도 갑자기 좋은 방향으로 스위치가 켜진 점

    -새로 발견한 코코아 맛집에서 마신 최고의 핫 초콜릿

    -기분이 다운된 상태로 아침 요가를 꾸역꾸역 하고 웨이트를 하려 했는데(내가 가는 피트니스 센터는 GX로 아침 요가 수업이 있다), 그것 조차도 기운이 잘 안 나서 러닝머신을 좀 뛰는데, 갑자기 흘러나오는 예상 못한 이른 캐럴(11월쯤이었다)에 기분이 좋아진 점


2. 나도 이 온기를 나름 체계적인 구성으로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우리는 쉽게 망각한다. 분명 그때 누구누구가 나에게 해준 말이 큰 위로가 되었는데, 생각이 또렷할 때도 있지만 흐릿할 때가 나는 더 많다. 그래서 작은 생명체가 나에게 남겨준 온기를 가능한 잊지 않고 간직하고 싶다.


3. 조카를 위한 선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이옥선, 김하나 작가님의 '빅토리노트' 책의 영향이다. '빅토리노트'는 김하나 작가님의 어머니인 이옥선 작가님이 아이의 태어난 순간부터 다섯 살까지를 기록한 육아일기이다. 이 일기를 수 십 년 동안 소중한 보물처럼 닳을 정도로 소중하게 읽었다는 김하나 작가님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나는 조카가 나와 이런저런 삶의 주제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이후에 이 글들을 읽으며 본인의 생기발랄함과 온기에 대해 기억하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행복에 잔잔하게 젖어들었으면 좋겠다. 그런 선물을 남겨 주고 싶다.


   그럼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주로 아이만의 신선한 관점에 내가 감탄을 내뱉거나,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거나, 조카로부터 위로받거나, 따뜻함을 얻는 순간일 것이다.



*Note: 2023년 10월 12일에 올렸던 글을 삭제하고, '연재 브런치'에 기고하기 위해 재 발행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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