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얀느 Sep 30. 2024

숨비소리

숨비소리

아득히 저 멀리 바다에서 들리는 휘파람소리

나를 부르던 반가운 소리


엄마가 바다에 물질하러 가면

심심해진 아이는 바깥에 나가 소꿉놀이를 한다

작은 돌멩이로 담을 쌓아 신랑방 신부방을 만들고 

공벌레들 잡아다 이것이 너희 집이란다

아궁이도 만들어주마 땔나무도 넣어줄게


저 멀리 바다에서 들리는 반가운 휘파람 소리

나를 부르는 소리

엄마 숨결 느껴지는 듯

이이의 작은 얼굴에 배시시 미소가 어린다


엄마가 더 이상 물질을 나가지 않게 되어도

휘파람 섞인 한숨을 자주 쉬던데

뭍에서 엄마의 한숨 소리는

살기 위해 내뿜는 비명 같은 소리

뭍에서의 숨비소리였다

 

나는 왜 이렇게도 자신에게 가혹할까

어떤 강풍에도 휘어지지 않고 꺾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내 단단한 정신을 기어이 육신이 따라가지 못해 휘파람 섞인 큰 한숨 절로 내쉰다

비명 지르지 않고 내색하지 않고 침착한 얼굴을 내보이며 묵묵하게 받아들여도

삶의 고통은 여전하여 비명 같은 휘파람 섞인 한숨소리가 절로 나온다


일단 쉬자

다 덮고 쉬자

내일은 또다시 찾아오니

비명 같은 한숨 크게 들이쉬며 삶에 조금 더 가까이 가보자


다시 일어나

여전히 휘어지지 않고 꺾이지 않는

휘파람 소리 내며

두 발을 딛고 생생하게 살아있어야지


그때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일 없던듯이  

다시 일어나 세상을 향해 나서련다


숨비소리
해녀들이 물질할 때 깊은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캐다가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물밖로 나오면서 내뿜는 휘파람 소리 (네이버 국어사전)


작가의 이전글 그녀는 예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