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D+2 첫 단추
2020. 02. 29 의 기록
1.
첫 주말이다.
전날 다소 불안한 마음으로 일찍 집에 들어와 커피를 마시며 이것저것 하다보니 잠이 안와서 다소 늦게 잠들었다.
아침에 라섹을 해서 뻑뻑한 눈을 인공눈물로 적셔준다.
간신히 틈새를 만들어 눈을 뜨고, 핸드폰을 보니 아직 코로나 검사를 받은 팀원에게서는 연락이 안왔다.
9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고, 결과는 오전 중에는 나온다고 했으니 곧 나올터였다.
잠을 깨고 일어나서 기다릴 수 있었지만, 가느다란 편두통 같은 초조함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일어나니 10시가 조금 안된 시간.
팀원에게서 연락이 와 있었다.
관할 보건소 감염병 관리팀에서 받은 문자 캡쳐본이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검사 결과 음성입니다."
하 - 이 소식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잠도 덜 깬 채로 걱정 많았다며 우선 팀원을 위로해주고
나만큼 걱정이 많았을 주위사람들 - 가족, 나와 만났던 사람들에게 소식을 돌렸다.
2.
나는 전세대출을 받아 회사 근처에 살고 있었다.
퇴사를 하면서, 나는 본가에 가있고 회사 친구에게 집을 빌려주고 대출이자와 관리비, 공과금을 받기로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가 일주일 재택근무가 결정되면서, 친구의 이사가 미뤄지게 되었다.
만약 팀원의 결과가 코로나 확진이라면 나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리 짐을 싸놓지 않았는데, 음성판정이 난 마당에 굳이 자취방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부모님이 데려와주신다고 할 때 옮기려고 부랴부랴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짐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취하는 처지에 나의 캐파에 비해 너무 많은 짐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우선은 두 달만 집에 있기로 했다.
친구의 향후 계획과 나의 루틴에 따라 그 후에는 어떻게 될지 가봐야겠지만.
하루종일 짐을 싸고, 또 짐을 풀었다.
평소 같았으면 가져온 짐을 며칠을 싸매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썼겠지만,
마지막 20대의 두 달, 혹은 그 이상 머무를 곳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잘 정리해서 시작해야할 것만 같았다.
아직은 실감이 안난다.
그냥 잠시, 휴가를 보내러 온 것만 같다.
조금씩 시간이 지나다보면 실감이 나려나.
이번 주말은 정리하고, 앞으로를 계획하며 시간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