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다
부를 수 있는
노래 몇 개쯤 있었으면
좋겠다
매일
시 한 편씩 들려주는
여자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안 가는
예쁜 시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몹시 힘들 때
그저 말없이 나를 안아 재워줄
착한 아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바람을 노래할 때
그 바람 그치기를 기다려
차 한잔 끓여 줄
고운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 백창우, ’ 좋겠다 ‘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머리맡의 시집을 펼쳤다. 시를 읽어가다가 백창우의 ‘좋겠다’에서 읽기를 멈추고 시를 캡처하였다. 가족과 친구들의 카톡방에 시를 보내려 하는데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2년 동안 아침마다 시를 찾아 보내는 것이 나의 ‘루틴’이었기에 전에 보냈을 수도 있다. 혹시 싶어 카톡방에 들어가 ‘좋겠다’를 검색해 보니 꽤 많은 ‘좋겠다’가 나타난다. 다행히 백창우의 시는 없었지만 다른 시에도 ‘좋겠다’가 꽤 많이 쓰였다.
‘따뜻했으면 좋겠다, 사는 일도 (여과지로) 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꼭 고만한 집이었으면 좋겠다....’
‘좋겠다’라는 단어를 품은 시들은 대체로 사람들의 소망과 기원을 담은 것들이었다. 글쓰기는 마음의 표현이라는데, 그 마음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내가 살고 싶은 모습,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인가 보다. 생각해 보면 ’ 좋겠다 ‘는 단어는 현재 내 상황의 결핍을 전제로 하는 단어이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이 단어가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결핍을 결핍으로 두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그 단어를 보며 미소를 짓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한다.
내가 보낸 시를 계기로 카톡방에서 대화가 시작된다.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안부를 묻기도 하고, 근황을 나누기도 한다. 그 대화 속에도 ’ 좋겠다 ‘는 여전히 많다.
‘딸에게 그런 선물을 받았다니 정말 기분 좋겠다/ 오늘 이문세 콘서트 갈 거야 , 좋겠다/ 우리 미술관에서 전시 보고 맛있는 것 먹으면 좋겠다’
대화 속의 '좋겠다'는 의미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화 저편에 있는 사람의 행복한 상황을 담고 있다. 다가올 날에 대한 기대감도 담고 있다. 그 밝은 기운으로 카톡방의 대화는 대체로 훈훈하게 이어진다.
아침에 보낸 백창우 시인의 '좋겠다'가 자꾸 마음을 끌어 소리 내어 다시 읽어 보았다.
좋겠다, 좋겠다, 좋겠다.....
되뇔수록 마음이 따뜻해져 시에 흠뻑 빠져 있는데 친구들에게서 답장이 온다.
‘가사 안 보고도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노래 몇 개쯤 있어 좋다, 집에 오면 차 한잔은 언제든지 끓여준다는 친구가 있어 좋다, 매일 시 한 편씩 들려주는 여자 사람 경애가 있어 좋다.....’
‘좋겠다’가 ‘좋다’로 돌아온다. 행복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