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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약 20분 정도의 걷기 시간을 가진다. 내가 자발적으로 나간다기보단, 엄마가 끌고 나가는 것에 가깝긴 하다. 물론 나도 기꺼이 참여한다. 그 정도도 걷지 않으면 상황이 오히려 더 안 좋아질 수 있겠다는 경각심 때문이다. 마지막 대학 생활을 버텨내고 난 후로, 필수적인 외부활동이 거의 없어져 버렸다. 아프다고 해서 아예 사용하지 않으면 더 악화될 거라는 생각이다.
상태가 많이 안 좋을 때는 말 그대로 ‘집 앞’만 나갔다가 들어오기도 했다. 지금은 조금 더 걸어 나간다. 많이 안 좋은 상태는 일단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매일매일 온 신경을 집중해서 발을 관리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 다시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방심하면 안 된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걷되, 항상 조심스러워야 한다. 회복기를 이어 나가야만 한다.
사실 두려운 마음이 크다. 누워있다가 혹은 앉아있다가 자리에서 일어설 때, 또 밖으로 나갈 때, 하루하루, 매 순간, 발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언제나 두려움이 앞선다. 제발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발을 마사지한다. 발목을 돌리고 종아리까지 풀어주고 나서야 발을 내디딜 용기를 조금 얻는다. 특히 밖에 나가기 전에는 중둔근과 장요근 운동까지 해줘야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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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조금 긴 호흡의 소설을 쓰고 있다. 긴 호흡이라 해봐야 여전히 단편소설 수준이긴 하다. 아마 원고지 50장 정도의 분량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이 정도도 쉽지 않다. 소설을 써내는 본인인데도, 전체적인 얼개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렵다. 벽에 막히는 느낌이다. 그래도 일단 써내고자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말까지 쭉 써내는 그 과정 자체가 나에게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족저근막염이 생기고 초반에는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나, 하늘을 원망했고 나의 운명을 원망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모든 게 내 탓이라고 생각한다. 머리에서 가장 먼 부위라고 발에 신경 쓰지 않은 죄, 운동하지 않은 죄, 멍때리면서 살아온 죄, 이십여 년을 허투루 보낸 죄! 그게 내가 저지른 죄이다. 모든 걸 포기하고 당장 죽어버릴 게 아니라면, 무너져 버린 몸과 마음을 재건해야 한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벽에 막혀 압도당하는 느낌. 나는 내 인생에 대하여 길고 긴 장편소설을 써내려고 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죽이 되는 밥이 되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