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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내일 아침이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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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오

얼마 전, 한창 <싱어게인3>가 방영 중일 때, 가수 소수빈의 노래를 여러 번 돌려 들었었다. 나는 노래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그의 노래가 좋았다.


그런데 <싱어게인3>가 끝나고 시간이 지난 지금, 얼마 전부터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가사는 다음과 같다.


살아가는 동안 후회해야겠지
사실 난 내일 아침이 두려워
두려워


무슨 노래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앞뒤 맥락 없이 저런 가사만이 소수빈의 음색과 함께 자꾸만 떠올랐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그 노래는 신승훈의 <가잖아>였다. 소수빈이 <싱어게인3>에서 편곡해서 부른 가사 전문은 다음과 같다.


가잖아 그댄 떠나가고 있잖아

함께 시작한 사랑인데

이별은 혼자도 되는지

여기서 끝나면 오래 혼자일 텐테

아무런 바램도 없이 행복했었는데

그댄 오히려 그런 내가 힘겨웠는지

잡을 순 없었지만 흐르던 눈물도 감추었지만

살아가는 동안 후회해야겠지

그댈 보낸 지금을

말하진 않았지만 사실 난 내일 아침이 두려워

그댈 모른다고 없던 일이라고

나를 속여 가는 게 두려워

두려워


누가 봐도 사랑 이야기다. 그런데 내 머릿속에 남아있던, 뜬금없이 맴돌던 가사에서는 사랑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내 마음에는 그렇게도 사랑이 없었던 걸까.


살아가는 동안 후회해야겠지
사실 난 내일 아침이 두려워
두려워


나는 그냥 계속해서 후회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계속해서 두려워하고 있다. 악몽을 많이 꾼다. 후회와 두려움의 집합체. 이젠 내가 깨어있는데도 나를 찾아온 것인가. 이것들이 내 무의식을 아주 점령하고 있구나.



최근, 무의식과 관련된 어떤 변화를 느꼈다. 꿈의 내용이 이전과 달라졌다. 원래는 현실과 동떨어진 두려움이 이미지화되어 꿈의 내용이 되었었는데, 요즘에는 현실의 두려움이 거의 그대로 꿈의 내용으로 편입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원래는 내가 현실에서 무슨 행동을 하고 무슨 걱정을 해도, 그와 무관한 악몽을 많이 꿨었다. (그리고 그 악몽은 늘 유사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깨어있는 동안 했던 행동과 걱정이 꿈의 내용에 반영이 많이 되고 있다.

어쩌면 꿈의 내용이 좀 더 일반적인 것으로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게 정신과 약 때문인 건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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