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부산이야, 서울이야? 서울대입구역이야! 이 돼지

[오늘 점심은] 40대 혼자남의 점심밥 먹은 이야기

by 아직없음

부산 여행에서 먹었던 돼지국밥을 잊지 못한다.


내 친구 '연말연초남(이전 글에 등장함)'은 부산에서 군 생활을 했다. 물론 나는 대한민국 국군 장병 여러분을 존경하고 그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한다. 하지만 연말연초남이 가끔 자신의 군 생활 무용담을 늘어놓을 때면 좀... 뭐랄까...정작 최전방 철책선에서 구르다 온 다른 친구는 군대 이야기를 입 밖에도 안 꺼내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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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튼, 덕분에 연말연초남은 부산을 잘 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7~8년 전, 그를 필두로 남자 넷이 부산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때 난 부산의 맛에 반했다. 특히 '이재모 피자'와 '돼지국밥'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오늘 그 연말연초남과 점심을 먹게 됐다.


내가 그의 회사 근처(서울대입구)에서 오전 업무를 볼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 있게 나를 데려간 곳은 '안녕부산'이라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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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아니랄까 봐... 아니, 부산에서 '군 캠프'... 아니, 군 생활을 했다고 돼지국밥 부심이 있는 그는 앉자마자 "사줘"를 시전하더니, 묻지도 않고 '돼지국밥 특(Special)' 두 개를 시켰다. (양심 무엇?)


사실, 그날부터 긴 한파가 시작돼 온몸이 얼어붙어 있었는데, 따뜻한 돼지국밥을 먹을 생각을 하니, 조금 흥분되기도 했다. 이런 날씨에 국물 너무 좋지. 말해 뭐해? 소리들아 돼지 질러~


맛있었다. 정말 맛있었다. 아주 고급스러운 돼지국밥 맛이었다. 국물은 진하고 고기는 가득했다. 밥은 국에 미리 말아져서 나오는데, 이걸 '토렴'이라고 하던가? 밥알 하나하나에 국물이 배어 아주 일품이었다. 문득 여의도와 광화문에 있는 '화목순대국'이 떠올랐다. 거기도 이렇게 밥을 말아서 주는데. 말 나온 김에 조만간 화목 순대국도 털러 가야겠다.


함께 나온 양념장(aka. 다데기)도 일품이었다. 특이하게 양념장을 국물에 풀지 않고, 고기에 살짝 발라 먹으라고 서빙을 한 직원께서 알려주셨다. 비법인가? 나는 말을 잘 듣기 때문에 그 말 그대로 고기에 살짝 발라 먹었다.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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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온 김치도 맛있었다. 양념장과 김치는 몇번을 리필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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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은 내가 했다. 오해 마시라. 이런 맛집을 소개해 줘서 고마워서 산 건 아니고, 사실 그전에 녀석에게 얻어먹은 게 있어서 빚 갚는 셈 치고 산 거다.


점심이라 술을 곁들이지 못한 게 아쉽다. 저녁에는 술안주로 기가 막힌 '양념대창'을 판다는데, 메뉴판만 봐도 소주가 당겼다. 조만간 저녁에 다시 와야겠다.


몸도 마음도 추운 날, 서울 한복판에서 만난 부산의 맛 '돼지국밥'에 몸과 마음이 싹 녹았다. 다음에 또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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