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나를 보낸다 42
나도 마포대교에 간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장군석을 보며 너를 기다린다
장군석이 되어 너를 안아준다
누군가는 저 다리를 건너
역사를 바꾸었고
누군가는 저 다리를 건너
도화 낭자를 만났고
누군가는 저 다리를 건너가다
다 건너가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자꾸만
다리 난간에 있는
거울 속 사내를 들여다본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기 전에
꼭 한 번
비행기를 타고 보아야 한다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보아야만 한다
비가 오는 날
비행기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보아야 한다
구름바다 위로 떠오르는
저 붉은 태양을 보아야만 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희망을
제 가슴속에 품고
세상을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아무리 비만 오늘 세상에도
어디선가 반드시 태양은 떠오른다
아무리 슬픔만 있는 삶에도
틀림없이 피어나는 사랑이 있다
구름 비행기를 타보면 보일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어도가 보이리라
구름도 참 다양하구나
골짜기에서 호수처럼
순한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는 구름
섬진강을 따라 잔잔하게 흐르는 구름
양 떼처럼 흘러가는 구름
산맥까지 덮어주는 구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구름
저 멀리 머물러 있는 구름
비행기 창문을 기웃거리는 구름
비행기를 집어삼키려는 구름
가을 아침 구름은
아주 높은 곳에 살거나
아주 낮은 곳에서 사는구나
비행기 아래 솜이불을 깔았던 구름들이
오늘 아침에는 죄다
저 산 아래 골짜기로 내려가 강처럼 사는구나
호수처럼 잔잔한 물소리로 자신을 들여다보는구나
나도 저 구름처럼 살아야겠구나
아등바등 살지 말고 저 구름처럼 흘러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