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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Mar 19. 2024

제주도 고사리 장마를 아시나요

꿈삶글 18




고사리 장마에 젖는 사람들



제주의 사월은

고사리 장마에 젖는다

그때

산으로 올라간 사람들

이제 겨우

고개를 살짝 내밀고 있다




제주도 고사리 장마는



제주도 고사리 장마는 잊지 않고 찾아온다

월이면 잊지 않고 한라산으로 올라간다

그날밤에 올랐던 봉화불 연기처럼

안개 가득 몰고서 다 함께 찾아온다

한라산에 올라가서 내려오지 못한 사람들

해마다 잊지 않고 밤마다 고개를 내민다

고사리 멜빵으로 제사음식 지고 올라가서

죽어서도 굶고 있는 영혼들에게 나눠준다

오늘도 제주는 고사리 장마에 젖으며 자란다

제주 사월의 안개비에는 봉화불이 숨어있다



*



입춘이  지나도 봄은 오지 않았다
하얀 겨울을 입고 있던 붉은 동백이
관덕정 광장에 떨어져 피를 흘렸다
소문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뼈만 남은 억새들이 불타올랐고
불안한 눈빛들도 이글거렸다
섬 안의 모든 동백꽃이 불을 켰다
호롱불도 있었고 촛불도 있었다
별빛도 있었고 횃불도 있었다
밤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꽃비가 내리고
고사리 장마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집에 있지 못하고
산으로 올라가
어린 고사리처럼 고개를 깊이 숙였다
오늘도 고사리 장마에 어깨가 젖는다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고사리가 자라는 계절에 내리는 비를 제주도 사람들은 고사리 장마라고 부른다. 주로 밤에 이슬비처럼 조금씩 자주 내린다. 그해 봄에 산으로 올라갔던 제주도 사람들처럼 몸과 마음이 젖는다. 그때 죽은 사람들의 제사상에 올리라고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이 해마다 고사리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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