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진성 시인의 꿈삶글 0015
제주도에서는 팽나무를 폭낭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퐁낭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북촌리 팽나무를 보고 폭낭이란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육철낫 같은 ‘ㄱ’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월대천변 팽나무에서 비둘기들이 팽나무 열매를 포식하는 것을 보고 비둘기 눈동자 같은 ‘ㅇ’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삭 망하는 ‘폭’보다는 소풍 같은 ‘퐁’이란 말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에 천년퐁낭이 있다
천년을 살아온 우리들의 역사가 있다
쓰러져도 포기하지 않고 기어서라도 끝끝내
살아남아 생생하게 전해주는 몸짓이 있다
상갓집의 도감 같은 천년폭낭이 살아있다
딱정벌레처럼 땅에 납작 엎드려 살아간다
하늘소처럼 수염을 길게 흔들기도 하지만
제 속을 다 비워내고 슬픔까지 다 비워내고
가사 장삼 걸치고 수도하는 수도승처럼
때로는 지팡이 하나로 떠나는 운수납자처럼
달팽이 한 마리 되어 느리게 삼배일보 한다
나도 어쩌면 지금쯤 상가리 천년퐁낭처럼
나의 속은 모두 썩어 문드러져 없으리라
온갖 상처로 얼룩진 낡은 껍데기로라도
나는 끝끝내 내가 꿈꾸는 세상을 향하여
바람처럼 달빛처럼 꿈의 가지를 흔들고 있다
바람을 온몸으로 품고 있는 상가리 천년퐁낭
돌덩이 온몸으로 품고 있는 상가리 천년퐁낭
시간을 온몸으로 품고 있는 상가리 천년퐁낭
사연들 온몸으로 품고 있는 상가리 천년퐁낭
하늘을 온몸으로 품고 있는 상가리 천년퐁낭
그런데 나는 오늘 또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팽나무를 옮겨 심으며 알았다 포클레인으로 팽나무를 뽑으니 너무나 쉽게 뽑혔다 위쪽으로 뽑아 올리니 반항도 없이 쑥 뽑혀 올라왔다 팽나무는 그동안 바람에 대항하는 데에만 자신의 삶을 집중했던 것이다 옆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만 대항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높은 하늘에서 쑥 뽑아 올릴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팽나무는 뿌리가 옆으로만 넓게 퍼진다
옆으로 오는 바람에 쓰러지지 않으려고
옆으로만 뿌리와 가지를 뻗었던 것이다
그런 팽나무들이 제주도 마을마다 있다
천년퐁낭 같은 폭낭들이 마을마다 있다
하지만
천년퐁낭도 처음부터 천 살이 아니었다
천년퐁낭에는 천 살 드신 어르신이 있다
천년퐁낭에는 올봄에 태어난 아이도 있다
천 년 전에 태어난 천 살 어르신도 있다
천년퐁낭은 천 년이 함께 사는 동네이다
천년퐁낭은 천 세대 함께 사는 마을이다
마을마다 동네마다 천년퐁낭이 살아간다
천년퐁낭은 키가 작아서 더 오래 산다
굽은 소나무는 산을 지키고
키가 작은 천년퐁낭은 마을을 지킨다
(유튜브 대본)
제주도에서는 팽나무를 폭낭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퐁낭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북촌리 팽나무를 보고 폭낭이란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육철낫 같은 ‘ㄱ’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월대천변 팽나무에서 비둘기들이 팽나무 열매를
포식하는 것을 보고 비둘기 눈동자 같은 ‘ㅇ’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삭 망하는 ‘폭’ 보다는 소풍 같은
‘퐁’이란 말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에 천년퐁낭이 있다
천년을 살아온 우리들의 역사가 있다
쓰러져도 포기하지 않고 기어서라도 끝끝내
살아남아 생생하게 전해주는 몸짓이 있다
상갓집의 도감 같은 천년폭낭이 살아있다
딱정벌레처럼 땅에 납작 엎드려 살아간다
하늘소처럼 수염을 길게 흔들기도 하지만
제 속을 다 비워내고 슬픔까지 다 비워내고
가사 장삼 걸치고 수도하는 수도승처럼
때로는 지팡이 하나로 떠나는 운수납자처럼
달팽이 한 마리 되어 느리게 삼배일보 한다
나도 어쩌면 지금쯤 상가리 천년퐁낭처럼
나의 속은 모두 썩어 문드러져 없으리라
온갖 상처로 얼룩진 낡은 껍데기로라도
나는 끝끝내 내가 꿈꾸는 세상을 향하여
바람처럼 달빛처럼 꿈의 가지를 흔들고 있다
바람을 온몸으로 품고 있는 상가리 천년퐁낭
돌덩이 온몸으로 품고 있는 상가리 천년퐁낭
시간을 온몸으로 품고 있는 상가리 천년퐁낭
사연들 온몸으로 품고 있는 상가리 천년퐁낭
하늘을 온몸으로 품고 있는 상가리 천년퐁낭
그런데 나는 오늘 또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팽나무를 옮겨 심으며
알았다 포클레인으로 팽나무를 뽑으니 너무나 쉽게 뽑혔다
위쪽으로 뽑아 올리니 반항도 없이 쑥 뽑혀 올라왔다 팽나무는
그동안 바람에 대항하는 데에만 자신의 삶을 집중했던 것이다
옆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만 대항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높은 하늘에서 쑥 뽑아 올릴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팽나무는 뿌리가 옆으로만 넓게 퍼진다
옆으로 오는 바람에 쓰러지지 않으려고
옆으로만 뿌리와 가지를 뻗었던 것이다
그런 팽나무들이 제주도 마을마다 있다
천년퐁낭 같은 폭낭들이 마을마다 있다
하지만
천년퐁낭도 처음부터 천 살이 아니었다
천년퐁낭에는 천 살 드신 어르신이 있다
천년퐁낭에는 올봄에 태어난 아이도 있다
천 년 전에 태어난 천 살 어르신도 있다
천년퐁낭은 천 년이 함께 사는 동네이다
천년퐁낭은 천 세대 함께 사는 마을이다
마을마다 동네마다 천년퐁낭이 살아간다
천년퐁낭은 키가 작아서 더 오래 산다
굽은 소나무는 산을 지키고
키가 작은 천년퐁낭은 마을을 지킨다
https://youtu.be/pbp4KrjlfBs?si=EAgmHokrpEDyYtc-
https://youtu.be/A46z6C8blMM?si=iQQkG1YA5GzWZWFK
https://brunch.co.kr/@yeardo/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