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忍耐):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참고 견딤.
#1. 펜싱 방학특강 2회 차: 꺄르트와 데가제
펜싱 방학특강 2회 차 수업을 시작했다. 마침 나도 휴가라 참관하러 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호제가 수업 시작부터 끝까지 지켜봐 줄 것을 요청했다.
기초체력 훈련 후 선생님들은 기술수업을 진행했다. 꺄르트를 배운 뒤, 데가제를 배웠다.
거울에 칼 동선을 그린 뒤, 팔을 쭉 펴고 손목을 돌리는 것처럼 보였다. 호제는 60번, 형과 누나는 100번 해보자고 선생님은 말씀했다.
한 세트를 끝내고 잠시 쉬고 다시 시작했다.
“호제 80번 할까?”
“네” 80번을 돌렸다.
“그만할까?”
“아니요. 100번 할래요.”
“그래. 하나, 둘, 셋, 넷…… 백!”
마무리 운동을 끝냈다. 꽉 찬 90분이었다. 호제가 내 팔에 매달려 거의 끌려가듯 집으로 갔다.
집에 가자마자 색종이 접기 책을 폈다가 곧장 소파에 누웠다. 꼼짝을 안 한다.
“나 물 좀 줘.”
“많이 힘들었지?“라고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는데 머리가 불덩이다. 열이 났다. 감기가 거의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해열제를 얼른 먹였다.
“안 힘들었어? 힘들었을 것 같아. 그런데 어떻게 100개를 한 거야.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를 하지. 연습할 때 열이 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어.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도 않았고. 왜 100개 할 생각을 했어?“
”다 채워야지. 해야지 뭐.“
대견함, 속상함, 미안함, 위대함, 자랑스러움 등 온갖 마음이 내 마음속에서 나타났다.
“그래도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하지.”
평소에는 조금이라도 아프면 동네가 떠들썩하게 소리 지르는 아이인데, 왜 견뎠을까. 어떤 힘으로 견뎠을까.
#2. 홍천 펜싱대회
9번의 방학특강 수업을 마치고, 호제는 홍천에서 열리는 펜싱대회에 출전했다.
코칭해 주신 화정 선생님이 경기 중 호제 모습을 잠깐 전해주셨다.
“호제가 (1세트 끝나고 저한테) 걸어오는데 벌써 헥헥 거리더라고요.“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 상태가 어떤지 관중석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런데 요셉샘 말 듣고 따라서 잘하더라고요. “
”아,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요?“
무슨 묘책일까, 나도 나중에 호제한테 써줘야지라는 마음으로 그다음 말을 기다렸다.
“요셉샘이 호제한테 ’힘들지?‘라며 ’힘든 거 참고 견디며 하는 거야’라고 했어요.“
”아!!!!!!!!!!!!!!“
그렇다.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어디 있으리랴. 묵직한 기본이 내게 툭 떨어졌다.
“그러게요. 힘들면 참고 견디는 거죠. 그거죠. 그게 제일 중요하죠.”
묘책을 바라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렇게 호제는 머리통이 시뻘게지고, 수도꼭지를 틀은 마냥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인내하며 경기를 이어갔다.
결국 호제는 인생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나고 나서 호제는 이게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 했다고 이 순간을 추억했다.)
호제야, 힘들 때가 찾아올 거야. 꽤 자주. 어쩌면 매일 찾아올지도 몰라. 힘듦의 강도가 다르겠지만, 그럴 때 호제가 했던 행동과 들었던 조언을 떠올리며 굳세게 나아가길 바라.
(이렇게 끝내려고 했지만, 노파심에 하나를 덧붙인다.)
이건 다른 얘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연결되는 얘기이기도 한데 말이야. 힘들 때 쉬어도 괜찮아. 잘 쉬는 것도 버티기를 위해서 필요하니까. 쉼 얘기는 우리 곧 또 나눠보자!
대견한 그대!
힘든 거
참고 견디면서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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