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_책임전가
종교는 현실을 보고 있는 사람의 인식을 왜곡한다. 기도는 당장 아픈 사람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아픈 사람을 보고 있는 사람의 불편함을 덜어줄 뿐이다.
환자 옆의 가족은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간호하고, 회복하는데 신의 힘이 아니라 자신의 힘을 써야 한다.
환자가 폐쇄적인 학교에 있어서 의료체계를 잘 모르고, 어떤 방식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해결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면, 관심을 가지고 도와야 한다. 기도는 그러한 보호자의 의무를 덜어주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아프다고 하는 말을 부모는 듣기 싫어했으며, 나보고 빨리 운동을 시작하고, 주일에는 교회 예배에 참석해 기도하라고 했다.
나는 예배 2시간 동안 앉아 있는 것도 고통스럽고, 찬양을 위해 30분 서 있는 것도 할 수 없는 몸상태인데, 엄마는 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다.
내가 아픈 상태로 있는 그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했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해야 발전할 수 있는 것인데 그 과정이 잘 이행되지 못했다.
엄마는 요리하는 것을 싫어했고, 냉장고에는 재료들이 있었지만, 정작 먹을 음식이 없었다.
나는 요리를 할 힘이 없었다. 엄마는 선심을 쓰듯이 떡볶이나 자장면 같은 음식을 시켜서 먹었지만, 탄수화물만 가득하고, 전혀 균형 잡힌 식단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밥 먹기 전에는 기도를 했다. 엄마는 신을 책임 전가를 하기 위해 사용했다.
나는 엄마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가정적인 할머니 같이 가족들 챙기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했다면 내가 좀 더 빨리 회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엄마는 전업주부다, 하지만 간호하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엄마는 내가 이제 성인이니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나이만 성인이지 돈도 없었고, 4년을 인터넷 핸드폰을 못쓰는 폐쇄된 학교에서 지내다 왔다.
폐쇄된 학교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참고 살던 것이 익숙해져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내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종교적인 학교는 미디어나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이는 내가 유용한 정보를 얻는 것에 심리적 제한을 주었다.
엄마는 이것이 아빠 쪽 가족들이 약하고 아픈 것이 나한테 유전이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그렇게 아픈 것은 아빠 쪽 가족이 신을 믿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엄마의 머릿속에 병은 신이 주는 것이고, 신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의사가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엄마는 내가 아픈 것에 대해서 어떤 정신적인 책임도 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나는 모든 것이 정서적인 방치와 강박이 신체를 사용하는 방식에 악영향을 미쳐, 혹사당한 신체에서 병이 난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과정 속의 엄마의 책임을 인정할 생각을 안 했다.
엄마는 엄마 나름대로 힘들었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