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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군 May 05. 2024

영원한 숙제,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나의 생각

엄마에 대한 생각을 내가 정리할 수 있을까?

.

.

.

엄마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좋기도 하고 밉기도 한 복잡 복잡한

양가감정이다. 마치,

(오버 좀 많이 섞어서ㅋㅋ)

지킬 앤 하이드처럼.





칭찬받기 위해

뭐든지 했던 그때


나는 스스로 무언가를 본래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다만 엄마는 내가 엄마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했을 때 유일하게 칭찬을 받았고 관심을 주었기 때문에 부지런히도 움직였다. 이 인정욕구는 참 평생이 무섭다.


하지만 엄마는 9남매 중 막내였고, 막내는 엄마의 사랑을 하나도 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늘 굳게 믿고 있었다. 엄마의 삶이 그랬으니까. 그리고 그게 우리 집 막내인 셋째에게 그대로 투영되어 버렸다.


나와 한 살 터울인 동생은 엄마의 극진한 관심 속에 자라났다. 그리고 아쉽게도 나는 늘 뒷전이었다 (둘째의 애환이라기엔 표현이 부족하다. 모 그래도 최소한의 생존 관심은 받았던 듯)


놀러 가서 엄마의 손을 잡으려 하면 늘 화를 내며 언니 손을 잡으라고 윽박질렀고, 집에서 가끔은 한 번씩 따듯하게 웃어주기도 했다. 크면서는 막내 동생은 나이나 덩치가 비슷해지기도 했지만 (심지어 나보다 몸무게도 키도 더 큼) 여전히 엄마의 관심은 동생뿐이었다.


잘잘못을 가려야 할 때에도 동생입장에서 꽤나 생각해 주는 경우가 빈번해 언니와 나는 서운하다며 억울함을 토로한 적도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엄마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행동을 했던 거다.


그렇게 동생과 애정비교를 몸소 느끼며 크다 보니 이상한 애정결핍이 생겨버렸다. 훗날 나는 이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작년인가 엄마에게 한차례 말한 적이 있다.


이에 엄마는 아이를 기를 때 밥만 잘 주면 되는 줄 알았다며 감정이나 마음을 돌 봐줘 여한다는 걸 전혀 몰랐다고 고백한다. 엄마 마음에도 나에게 소홀했던 건 인정을 하는 듯한 말이지만, 그래서 차. 별. 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다. 역시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는 일은 쉽지 않지.



엄마의 입장

하지만 엄마 입장에서 보면 그럴 여력이 없었던 것도 인정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는 언제 또 맞을지 모르는 아버지라는 사람의 폭력을 수십 년간 견뎌야 했고, 야무지게 가게에 마이너스가 나지 않게 운영을 해야 했으며, 자녀 3명을 먹여 살렸어야 했다. 그리고 (우리 집 재산을 홀랑 앗아간 문제의) 종교활동에 모든 것을 의지하며 애처롭게 살아나아가야 했다.


감정을 배우지 못해 나는 학창 시절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선에 대해 어깨너머로 친구들을 보며 익혀 나가야 했다. 그 지점들이 잘못되어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으며 세상은 온통 불안과 공포로만 가득했다. 어디까지가 맞고 어디까지가 그른지도 잘 몰랐었다.


비록, 온전한 사랑은 못 받고 자랐지만 부모님이 식당을 운영한 덕분에 늘 음식은 늘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음.. 이거라도 없었으면 정말 서러웠을 듯. 적지 않은 값의 미대대학입시를 밀어주셨던 지점도 감사하다. 당시 아버지는 여자가 무슨 대학이냐며 아우성이었다 (그해 말에 목표 대학에 합격 못했으면 쫓겨났으려나)


나의 뿌리인 아빠는 가정폭력에 찌들어 있었고, 바람에 주식놀이까지 다양한 사고를 쳤으며, 아들 못 낳았다며 엄마를 구박했다. 그리고 또 다른 나의 뿌리인 엄마는 독특한 종교에 빠져 온 재산과 시간을 바쳤으며, 집에서는 막내에게만 각별했다. 이 사실은 솔직히 지금도 받아들이기 싫다. 뿌리가(부모가) 제대로된 느낌이 아니라는 생각이드니 자존감이고 자존심이고 아무것도 남아있질 않다.


부모님을 온전히 존경할 수 있는 집들이 사무치게 부럽달까? 그런 완벽한 가정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엄마에 대한

생각


하지만

아빠에 대한 생각은 평생 냉랭하겠지만(기대도 미련도 없음), 엄마에 대한 생각은 조금 바꾸고 싶다(아직도 엄마의 사랑이 고픈가봐) 그녀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이제는 원망보다는 그저 각자 잘 살자고 말이다. 거창하게 어떤 감정을 꾸미고 싶지도 않다. 이해보다는 그냥 그랬다는 걸 받아들이고 받지 못한 사랑을 나 스스로에게 어떻게 채워줄지에 초점을 맞춰보기로 냈다.



구멍 난 마음은?


어린 시절의 결핍은 평생 채우려 든다는 한 전문가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나 역시 그렇다. 남편에게 그 남은 사랑들을 받으려 노력했던 적도 있다. 지금도 아예 아니라곤 할 수 없지만, 내 상황을 이해하고 나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마음을 메꿔보려고 한다.


내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선, 과거의 일들로 현재의 나를 정의 내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얼마든지 변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건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저 그 말이 진짜이길

바란다.


스스로 토닥임이 아직 부족한가 보다. 더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스물스물 올라온다. 실은, 전보다는 비교적 내가 좋아졌지만, 그렇다고 지금이 엄청 마음에 들지도 않는다.


아울러 경제적인 자립도 필요할 것 같다. 더불어 매번 산산조각이 나버리는 멘털케어도 필수다. 꾸준히 발전할 수 있는 취미가 필요할 것 같다. 멀리만 두었던 그림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다행인 건 꼬물꼬물 뭐라도 해보려는 나의 작은 변화들이 싫지 않다는 거다. 전보다 올라온 에너지가 그저 잘만 유지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전보다는 낮아진 삶의 난이도가 앞으로도 꾸준히 낮아져서 편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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