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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llow Duck Oct 03. 2022

도시는 한 사람의 정신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나의 도시' 시리즈 - 덴 보스 이야기.

  2022 8월.  네덜란드 남쪽 브라반트 지역의  보스란 소도시에서 살고 있다정식 이름은 스펠링도 희한한 -헤르토헨보스('s-Hertogenbosch)인데 줄여서  보스(Den Bosch) 부른다. ‘공작(Duke) 이란 뜻으로편하게 ‘이라 부른다주제를 ‘나의 도시 잡은    글로 어떤 도시를 쓸까 생각하니 아무래도 현재 사는 도시를 쓰는  시의적절하지 싶은데안타깝게도 아는  별로 없다여기서 산지  1년이 넘었는데도 말이다코로나의 여파도 있고 프리랜서로 집에서 일하다 보니 생활이 지극히 소소해서 그럴 거다. 그나마 ‘작고 예쁜 도시 첫인상이 바뀌지 않고 유지되고 있어서 감사하다이렇게 쓰고 보니 괜히 죄책감이 드는군얘야일부러     아니야살다 보니 그렇게  거야

  아무리 그래도 미술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도시가 15세기 르네상스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 (Hieronymus Bosch) 고향이라는 사실은 안다기괴한 그림을 그린 걸로 유명하고 미술사상 가장 신비로운 인물로 꼽히는 화가다그가 살던 집도 있고 아트 센터 있다평화롭고 예쁘고동시에 지루하기 짝이 없는  도시에서 당최  보고 그런 그로테스크한 상상을  건지그의 그림은 지옥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먹고 토하고 배설하는 사람들당최 이게 뭔지 가늠이  되는 괴상한 생명체  식물물건들로 가득  있다

 

  예로엔  아켄(Jeroen van Aken)이란 본명으로 화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를 신비롭다고 부르는 이유는 일기나 편지혹은 작품에 대한 생각을 남기지 않아서 전반적인 생애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그저  보스 시와 수도원 장부에 언급된 기록을 바탕으로 추측만  뿐이고작품의 진위도 알아내기 어려워서 현재 겨우 25 점만이 진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평생  보스를 떠나지 않은 걸로 유명한데여기서 나처럼 여행자 피가 부글부글 끓는 사람은 제동을 걸지 않을  없다 번도  떠났다고 도시에서 나고 자라고 죽은 거야그게 가능해? 15세기에는  그랬나하기야 성까지 도시 이름으로 바꿨으니  도시가 어지간히 좋았나 보지혹시 히키코모리였나? (히키코모리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 이 수많은 상징과 묘사는  억눌림의 표출인가요즘 같으면 분명 심리 상담 받으라고 했을  자의 정신세계가 궁금하다!

  내 정신세계는 처음부터 그의 그림을 좋아했다. 그의 지옥은 강하게  유혹했는데기상천외한 상상력에 매료되어서인  같다그런 그의 고향에서 사는 지금천하의 게으름뱅이인  아트 센터에 가지 않았다살다 보니 그렇게 됐다지만 그의 광팬인  친구가  사실을 알면 질겁할 거다세상에걸어서 20 거리에 있는 거길 아직  갔다고제정신이니그가 태어난 도시에 사는 네가 부러워 질투에 치를 떠는  앞에서 그게  소리냐네가  누리며 사는지 모르고 배때기가 불렀구나반성해 재수 없는 놈아

 

  그리하여 며칠  글의 마무리를 위해  글을 읽을 친구에게   세우기 위해 작정하고 아트 센터로 향했다흐린 날씨로 악명 높은 네덜란드가 미쳤는지 창포물에 머리 감는 아낙네처럼 운하를 따라 늘어선 버드나무 사이로 보이는 청명한 하늘과 햇살을 즐기며 걷자니 이게  호강이냐 싶어 웃음이 났다도서관을 끼고 왼쪽으로 꺾어 도시의 자랑거리  보스 대성당을 지나 조금  걸어가자 오른쪽으로 아트 센터가 보였다정말로 걸어서 20분이 걸렸다 웃음이 났다그래친구 말마따나 배때기가 불렀지질책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손으로 휘저으며 10유로의 입장료를 내고 아트 센터 안으로 발을 들였다

  아트 센터는 기존의 세인트 제임스 교회를  보스 시에서 현재의 모습으로 개조했는데개인적으로는 신의  수라고 생각한다교회의 공간이 내뿜는 종교적 아우라와 그의 그림이 찰떡궁합이기 때문이다그림 속의 캐릭터를 형상화한 여러 개의 조형물이 천정으로부터 길게 매달려 있는데신기하게  기이한 형태가 교회의 분위기와 아주  어울린다역시 그의 그림은 초현실주의가 아닌 종교화다

  자이제 그의 대표작인 ‘쾌락의 정원(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 영접하자. 3개의 패널이 가로 389센티미터세로 220센티미터의 크기로 교회 한가운데에  버티고 있다설레는 마음으로 디테일을 살펴보자머리가 3 달린 도롱뇽이 호수에서 기어 나온다새의 머리를 가진 사람이 푸른색 제복을 입고 높은 황금색 의자에 앉아 있는데그는 사람을 먹고 있다사람의 머리 쪽은 이미 부리 속으로 깊게 들어가 있고 남은 몸의 항문에서 검은 새들이 날아오른다알몸의 젊은 남녀가 뒤섞여 육체적 쾌락을 즐기는가 하면커다란 귀에서 칼이 튀어나오고 밑에 사람들이 베어져 있다내용은 이런데 색은 화려하기 그지없다이렇게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지옥이라니크고 작은 디테일을 눈으로 따라가자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쯤 되면 진정  양반의 뇌를 열고 들여다보고 싶다참나 양반도대체 500 전에   거지어떻게 이런 상상이 가능하지물론 학자들은 당시의 정세와 유행을 들이밀며 분석하겠지만지극히 범상한  혀만 내두르며 인간의 기본적인 상상력에 질문할 뿐이다. ‘어떻게? How?’ 연발하며


  기록을 남기지 않은 남자 번도 고향을 떠나지 않은 남자성을 도시 이름으로 바꾼 남자고향의 분위기와 정반대의 끔찍한 지옥을 상상한 남자그래서 ‘악마의 화가 불린 남자당시 유행에서 한참을 앞서간 남자그럼에도 골수팬을 가졌던 남자그리고  남자를 보듬은 도시  보스자연스레  자신과 비교한다하루가 멀다고 SNS 기록을 남기는 관종 여자머물지 않고 계속 떠났던 여자결혼했어도 남편 성으로 바꾸지 않은 여자지옥을 상상하긴 싫지만 지옥 그림은 좋아하는 여자, ‘옐로우덕이라고 불러 달라 자처하는 여자꼰대 기질을 보이며 ‘라떼 시연할 위험이 있는 여자, 글 쓴답시고 폼 재지만 골수팬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여자그리고 돌고 돌아 어쩌다 사는 나를 보듬은 도시  보스. 500 전의 그와 500 후의 내가 나란히  있는데깊이를   없는 그의 세상과 얄팍하기 그지없는  세상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교회의 첨탑으로 올라가  보스 시내를 내려다본다시야를 5 정도만 올려도 시내를 이루는 범위는 끝난다그리고 넓게 이어지는 녹색산이 없는 네덜란드인지라 수평선은 깔끔한 일자다나를 둘러싼 공간의 실체를 확인하는 경험은 지금의  일상을 각인하게 한다작긴 작구나현타가 온다어쩌다  여기서 살고 있을까여기서 지금  하는 걸까.

  두 시간 정도를 보내고 아트 센터를 나온다출출해서 무얼 먹을까 생각하며 거리를 걷는다오래된 도시답게 다닥다닥 붙은  건축물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예쁘다그의 그림을 생각하면  어이없는 대조인데이때  생각한다도시가  사람의 정신세계에 미치는 영향을도시 중심의 광장으로 간다광장의 코너에는 보스가 살았던  있고 앞에 그의 동상이 있다동상 꼭대기에 갈매기가 앉아 있다사람들이 던지는 빵조각을 노리는  같다갈매기 부리가 무서워서 빵을 던지지 않는다동상 아래 돌계단에 앉아 광장을 바라본다파란색의 하늘과 하얀색의 구름이 명확한 대조를 이루며 광장 건물을 멋들어지게 받치고 있다 앞으로 자전거를  소년이 지나간다예쁘고 평화롭지만 별일 없고 무료하다그는 매일 창문 너머로  광장을 보았을 거다그리고  ‘예쁘고 평화롭지만 별일 없고 무료한 풍경을 보며 지옥을 그렸다 여기서 무얼 볼까 도시에서 정착할  같지는 않지만 설사 내가 여기서 뼈를 묻을지언정 보스처럼 지옥을 상상하지는 않을  같다 어디서든 행복한 상상을  자신이 있으니까 사전에 지옥은 없으니까보스는 분명 다른 도시에 살았어도 지옥을 그렸을 거다 역시 다른 도시에 살아도 행복한 상상을 할 거다. 지금의  보스는  정신세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보스의 집을 보고 싶지만 배가 고프다금강산도 식후경 먼저 먹자스시가 땡긴다

 

  흥미로운 반전 하나를 알려주겠다보스 아트 센터에 있는 그림들은 모두 복제품이다화가 자신은  도시를 떠나지 않았건만 그의 자식 같은 진품들은 스페인포르투갈벨기에오스트리아 등지에 흩어 있다왠지 아트 센터가 멀리 유학 보낸 자식을 그리워하는 부모 같다한국에 계신 엄마가 생각난다하지만  그림들은 결코 엄마의 취향이 아니다그렇다면 친구밖에 없다다녀왔다고 생색내야겠다.


보쉬 아트 센터
덴 보스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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