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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이 Oct 29. 2019

강아지 진드기, 이럴 줄 몰랐지!

발견하면 소름부터 끼치는 그 녀석!

널 초대한 기억은 없어! 왜 따라왔니?
으악! 징그러!

    자고 있는 마루의 몸에 뭔가 스멀스멀 기어 다니고 있었다. 짐작은 했지만 아니길 바라며 조심스레 마루 털을 헤집는 순간, 그 녀석이다. 축축한 풀 위에 도사리고 있다 다른 생명체 위로 뛰어오르는 진드기. 새벽에 다녀온 산행이 문제였다.

 아침 안개가 잔뜩 낀 전망대에 일출을 보기 위해 올랐다. 마루의 신난 엉덩이를 보며 흐뭇해했는데 진드기를 잔뜩 데려올 줄이야.
새벽의 산행에 지쳐 잠이든 마루의 몸 위를 무언가 기어다니고 있었다. 마루는 몸에 약을 바른 상태였지만 그 약은 진드기가 물어야 효과가 있다.

    징그러웠지만 진드기들이 언제 마루 몸에서 뛰어내릴지 모를 일이었으므로 자고 있는 마루를 뒤집어 한 마리 한 마리 잡기 시작했다. 망했다. 얼마 전 진드기의 번식기였는지 좁쌀만큼, 때로는 먼지만 한 진드기들이 마루 털 속을 발발발 기어 다니고 있었다. 이 일을 어쩐다. 할 수 없이 몇 주전 약(진드기가 물면 기절해서 떨어지게 만드는 약)을 바른 마루의 목덜미에 다시 약을 발랐다. 그리고 끈질기게 마루 털을 헤집어 진드기를 잡고 또 잡았다. 다 잡을 때까지 잠은 다 잤다.

진드기는 주로 관리되지 않은 풀밭에 서식합니다. 비가 온 다음날이나 늘 습하고 축축한 풀에 많아요. 아파트의 관리된 풀밭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습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보다 사람이 자주 다니지 않는 풀밭과 산길에서 주로 따라옵니다. 진드기를 예방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목걸이 형태의 해충 기피제를 걸거나 스프레이를 뿌리는 방법입니다.
스프레이 형태의 기피제(여러 종류가 있으며 사진은 마루가 구매한 제품)와 목에 걸어 사용하는 기피제 두 종류.
    목에 걸어 진드기가 붙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꾸준히 약제가 흘러나오는 목걸이를 착용하는 것과 진드기가 싫 어하는 특정 주파수를 발산해 근처에 오지 않도록 하는 두 가지 제품이 많이 사용됩니다. 목걸이를 착용하는 형태는 물에 닿으면 그 약효가 반감되어 주로 목욕을 자주 하지 않는 강아지에게 효과적이고 주파수를 발산하는 방식은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엔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흔히 목덜미에 약물을 흘려 바르는 방식은 진드기를 피하는 제품이기보다 물렸을 때 진드기가 기절해서 떨어지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진드기를 미리 피하지는 못하지만 물렸을 때 더 이상 피를 빨리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진드기가 붙었을 때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은 주로 바르는 약입니다. 바르는 제품은 하루 정도 서서히 퍼져 강아지의 전신 피지선에 저장돼 약 한 달간 효과를 발휘합니다. 진드기가 강아지의 피부를 물면 약효 때문에 기절하여 떨어지도록 만들죠.
    바르는 약은 약효가 한 달간 지속되는 만큼 약 성분이 독한 편입니다. 마루는 풀을 무척 좋아하는 강아지여서 바르는 약과 기피제 모두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강아지가 풀밭에 들어가는 걸 좋아한다면 진드기에 대한 제품 하나쯤은 필수입니다.
    어떤 제품을 선택할지는 보호자의 몫이지만 집 안에서 함께 생활한다면 진드기와 함께 생활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바르는 약의 독성 때문에 진드기를 잡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며 진드기와 함께하는 생활을 감수하는 보호자 분들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보호자의 몫이지만 강아지와 사람 모두 안전하고 편안한 방법을 찾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진드기, 살충제에 스쳐도 죽어요.

    진드기를 찾아 털을 꼼꼼히 살피고 발톱과 발톱 사이를 유심히 보느라 눈이 따가울 지경이었다. 아픈 눈을 깜박이며 마루도 쉬게 하고 바닥을 멍하니 보는데 세상에. 바닥에도 진드기들이 기어 다니고 있었다. 맙소사! 너무 놀라 목소리도 안 나오고 히익! 하며 숨 들이마시는 소리만 났다. 바닥을 기는 진드기들은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았다. 머리 끝이 솟아오르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보이는 게 두어 마리면 안 보이는 진드기는 더 있을 수도 있는 법!

바닥에 떨어진 진드기는 사람에게 붙을 수도 있다. 그 때도 도구를 이용해 제거하는 게 안전하다. 사진 제공 : 몽콩이네.

    놀란 몸을 움직이진 못했지만 다행히 작년에 사놨던 살충제가 생각났다. 부리나케 살충제를 가져와 바닥에 뿌렸더니 뿌리자마자 진드기가 움직임을 멈췄다. 이거다! 이거야! 소파 밑에까지 살충제를 뿌리며 난리를 치는 통에 비몽사몽 누워 있던 마루에게도 뿌려졌는지 마루가 크게 재채기를 했다. 너무 피곤하고 놀란 나머지 마루는 생각도 못 했다.

    얼른 마루를 안고 화장실로 뛰어가 살충제가 닿았음직한 부분에 물을 뿌리고 비누로 씻겼다. 목덜미에 약을 바른지 한 시간도 안 돼 물이 닿으면 효과가 없지만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마루가 잘못될까 봐 손이 덜덜 떨렸다. 그런 사람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자다가 물벼락을 맞은 마루는 몸을 말려주자 두어 번 몸을 털고 방석으로 가 잠이 들었다. 잠든 마루를 두고 살충제가 닿았을 모든 곳을 물걸레로 닦았다. 내가 미쳤지, 자책하며. 새벽 두 시였다. 만약 마루가 이상한 증상을 보이면 날이 밝자마자 병원에 갈 생각이었다. 크어엉, 크어엉, 마루는 코까지 골며 깊은 잠에 빠졌다. 아무래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다행이다, 다행. 떨리는 손으로 남은 진드기를 잡기 위해 마루의 다리를 살폈다. 

    살충제 소동이 있기 전 먼지만 한 진드기들은 마루의 발가락 사이사이에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바르는 약은 물이 닿을수록 효과가 약해지는데 산책하고 오면 발만 물로 씻겨 그 부분의 약효가 약해졌던 때문인 것 같았다. 잠든 마루의 발을 잡고 발가락 사이를 벌렸다. 그런데 진드기들이 말끔히 없어졌다! 발가락 사이를 다시 벌려 살펴보고 다른 발가락을 벌려봐도 보이지 않았다. 살충제 소동 때문인 것 같았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코를 골며 잠든 마루를 살피고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바닥을 한 번 더 물걸레로 닦아내고 핸드폰의 손전등 기능으로 비스듬히 바닥을 비춰보면서.

    마루가 오기 전에는 진드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지금은 진드기가 내 몸에 그 턱을 박지 않길 바라면서 바닥을 보고 또 보고 있다.


진드기를 제거하는 데 장비가 필요하다고?
왼쪽 : 턱을 박은 채 피를 빨고 있는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한 도구. 오른쪽 : 강아지용 참빗. 사진 제공 : 곤이네

    마루가 오지 않았으면 몰랐을, 아니 몰라도 됐을 생명체 진드기. 지금은

1. 진드기에 물리기 전
2. 진드기에 물렸을 때
3. 떼어낸 진드기 처리법

으로 세분화해서 대하고 있다. 가장 좋은 건 진드기가 붙지 않는 경우겠지만 어떤 기피제를 사용하더라도 진드기가 많은 곳에선 한 두 마리는 붙여 오게 마련이었다. 흔히 발라주는 진드기 약은 물렸을 때 진드기를 기절시켜 떨어지게 하므로 진드기가 물지 않고 털에 붙어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기절시켜 떨어지게 한다는 점도 기절했던 진드기가 깨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몹시 불안하다.

    그럼에도 딱히 방법은 없다. 한 번은 약을 발랐더니 바른 부위마다 털 색이 빨개지고 마루가 헛구역질을 하며 하루 종일 힘이 없었다. 밥도 잘 안 먹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목덜미에 바른 약이 문제였다. 얼마나 독하기에 마루 털이 저렇게 빨개지는가. 충격을 받아 바르는 약을 사용하지 않고 기피제와 옷만으로 버텨보려 했었다.

1, 2번은 촘촘한 조직으로 진드기가 붙는 걸  막아주는 기능성 옷.  3번은 기능성이 아니라도 옷을 입히면 진드기를 발견하고 떼기 수월하다. 까만 강아지는 곤.

    기피제 중 스프레이 제품은 마루 털이나 옷에 뿌리면 착색이 되어 한동안 마루 털이 갈색으로 얼룩덜룩해져 뿌릴 수 없었다. 착색되지 않는 스프레이를 찾기까지 몇 개의 스프레이를 버려야 했다. 직접 계피를 사서 기피제를 만들어 봤지만 착색이 더 심해 마루에게 뿌릴 수 없었다. 결국 진드기가 싫어하는 주파수를 발산하는 목걸이에 옷을 입혀 산책을 시작했다.

    처음 몇 주는 괜찮았다. 진드기를 구경하기 힘들어 목걸이의 성능에  엄청난 신뢰가 생길 때쯤이었다. 어느 날 마루가 눈을 자꾸 비비기에 봤더니 빨간색 커다란 진드기가 마루 눈 밑에 턱을 박고 피를 빨 준비 중이었다. 소스라치게 놀라 진드기를 잡아떼려 했지만 진드기는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잘 보이지 않지만 눈 밑에 빨간 진드기가 붙어 있다. 마지막 사진은 진드기를 붙이고도 잘 노는 마루.
몽이(왼쪽)와 콩이(오른쪽)에게 붙어 있던 진드기. 손으로 떼지 말고 도구를 이용하는 게 좋다.  사진 제공 : 몽콩이네

    진드기를 당겼더니 마루 눈밑의 피부가 죽 딸려 오는 것을 보고 놀라 손을 뗐다. 함부로 제거하면 안 되는구나. 진드기 제거법을 검색하는데

섣불리 떼면 진드기의 턱이 피부에 남아 염증이 생길 수 있으니 병원에서 떼세요!

하는 글을 읽었다. 마루를 태우고 병원으로 달렸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진드기를 좀 떼주십사 부탁했더니 난감한 표정의 의사 선생님이

병원에서도 딱히 뗄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그저 바르는 약을 처방하고 그 약을 발라 진드기 스스로 떨어지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저, 마루는 털이 빨개지고 구역질을 하는데 괜찮을까요?
딱히 다른 방법은 없어요. 아이가 많이 힘들어하면 안 바르면 되지만 진드기를 떼고 싶으시면 그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방법이 없다니. 어쩔 수 없이 약을 사 왔다. 그날 밤. 마루의 목덜미에 신중히 약을 흘렸다. 다행히 마루의 털은 빨개지지 않았고 구역질도 하지 않았다.

진드기 제거기로 떼어낸 진드기.

    다음날 마루는 컨디션도 좋아 친구와 함께 산을 누비며 뛰어다녔다. 친구와 놀고 와서 눈 밑을 살피니 진드기가 쪼그라들어 있는 게 보였다. 검색해서 알게 된 대로 진드기 제거기를 이용해 살살 떼어냈다. 제거기가 없으면 촘촘한 빗이나 강아지용 참빗을 이용해도 된다. 떼어낸 진드기는 손톱 위에 올려서 손톱과 손톱으로 눌러 확실하게 죽이는 게 좋다. 쓰고 나니 몹시 잔인하지만.


진드기가 피를 빨면 어떻게 되냐면요,

    약을 발라주는 기간은 보통 30일에서 45일 간격이다. 마루의 눈 밑에 진드기가 붙은 이후 날짜를 신경 쓰지 않다가 목욕을 시키고 수건으로 마루를 닦아주는데 뭐가 툭, 떨어졌다. 바닥을 살피는데 돌멩인가 싶은 덩어리가 있어 아무 생각 없이 집었더니 다리를 버둥거리고 있었다. 너무 놀라 엉덩방아를 찧으며 변기에 넣고 흘려보냈다. 피를 빨아 거대해진 진드기였다.

피를 빨아 거대해진 진드기. 사진제공 : 몽콩이네.

    당장 마루 목덜미에 약을 발랐다. 진드기가 떨어진 자리엔 한동안 피딱지가 앉아 있었다. 기어 다니는 진드기만 봤지 피를 빨아 거대해진 걸 본 건 처음이었다. 그 날 이후 꼬박꼬박 약을 바른 날을 기록하고 남은 약이 몇 개인지 확인하곤 한다.

    진드기, 이럴 줄 몰랐다. 약만 발라주면 끝인 줄 알았다. 약을 발라도 붙어 오고 크기도 다양하며 내가 물릴 수도 있을 줄이야. 피를 빨면 모양이 변하는 것도 충격이었다. 그들이 옮기는 전염병은 또 어떤가. 무엇보다 내가 물릴 걱정을 해야 할 줄이야. 다행히 강아지를 위한 해충 제품은 점점 강아지에게 안전한 친환경 무독성 제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강아지 진드기 용품, 으로 검색해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돼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풀밭을 좋아하고 산타기를 즐기는 마루에게 진드기 때문에 가지 말라는 건 진드기를 붙여오는 것보다 더 가혹하다. 진드기도 생태계를 이루는 한 종이니 아무래도 사람이 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생각하면 할수록 마루는 몸만 덜렁 오지 않았다. 나는 마루만 데리고 온 줄 알았는데 마루가 몸담고 있던 작은 우주까지 끌고온 모양이다. 그 우주는 작지만 방대하고 신비로워 나도 함께하려면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었다. 아직 탐험해야할 별이 많은데 진드기로 풀이 죽을 수야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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