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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로 Apr 12. 2019

[뮤지컬 추천] 블랙 메리 포핀스

세련된 기억 추적 스릴러 뮤지컬

( 원본 출처 : https://twitter.com/blackmary_2016/media)

 이 뮤지컬은 2012년 초연 이후 무려 사연까지 성공한 한국 창작 뮤지컬입니다. 한참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Swan Lake)’를 재해석한 영화 ‘블랙스완(Black Swan)’에 빠져 있던 탓에 뮤지컬의 제목만 보고 바로 예매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뮤지컬은 동화 ‘메리 포핀스’를 스릴러 콘셉트로 만든 창작 뮤지컬입니다. 평소에도 어둡고 긴장감 있는 작품을 좋아하는 저에겐 인생 뮤지컬로 꼽힙니다.


 놀랍게도 이 뮤지컬의 극작, 작곡, 연출 모두 서윤미, 이 한 사람이 해냈습니다. 서윤미 연출은 블랙 메리 포핀스를 처음 선보일 당시 뮤지컬에 발을 들인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학생 때 이미 30세에 작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그전까지는 마케팅, 브랜딩 컨설턴트, 프로듀서 등 하고 싶은 일을 했다고 하네요. 작곡도 첫 뮤지컬 작품이 콘텐츠진흥원에 뽑혀 운 좋게 협력 사업이 진행됐는데, 아는 작곡가가 없어 본인이 직접 작곡을 하게 되었다고 해요. 블랙 메리 포핀스는 일본에도 진출했을 정도로 큰 성공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 뮤지컬 이후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픈 기억은 금방 사라지는 게 좋으니까. 
아팠던 기억 남겨둬서 뭐 하려고..."


매력 포인트 1 : 뚜렷한 주제 의식

 위의 대사는 메리가 4명의 아이들에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아픈 기억이 사라질 수 있다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이 뮤지컬에서는 이 의문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기억을 잃은 4명의 아이들은 아직도 과거의 아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한스는 아픔의 기억을 파헤치려 하고, 헤르만은 아픔을 예술로써 승화했지만, 정작 사랑하는 안나를 마주하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안나는 과거로부터 회피하려 하고, 요나스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공황장애를 앓고 있죠. 서윤미 연출은 이 뮤지컬을 보는 관객들이 자신의 상황을 떠올리고 이 극에 이입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극이 남긴 질문을 곱씹어 보게 되더라고요. 극이 깊은 여운이 남는 이유가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매력 포인트 2 : 상징적인 무대 장치

 무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중앙 회전 무대입니다. 뒤집힌 테이블을 형상화한 이 회전 무대는 주인공들의 왜곡된 기억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위 뒤집힌 테이블 위에는 극의 화자에 따라 다른 무대 소품이 배치되어있어요. 2014년 삼연까지는 변호사인 한스를 화자로 했기 때문에 타자기가 있었습니다. 2016년 사연에서는 예술가인 헤르만을 화자로 한 극을 선보였고 이젤이 있었습니다. 극을 여러 번 보는 팬들에게는 이런 작은 변화를 찾아내는 것이 또 다른 재미입니다.

그리고 무대를 보고 있으면 맨 뒤에 있는 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깊이감이 느껴집니다. 주인공들이 문 뒤에 자신들의 기억을 숨겨둔 것은 아닐까요? 과연 문이 열리고 진실이 밝혀질까요? 직접 공연을 보시면서 무대의 상징적인 의미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매력 포인트 3 :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노래

 공연의 처음을 장식하는 ‘Overture’는 그야말로 관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흰 커튼 뒤에서 마리오네트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그림자는 기이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냅니다. 가사에 극의 배경 설명이 있으나 압도적인 무대 연출에 가사를 하나하나 귀 기울여 듣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극의 진행을 따라가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헤르만과 안나의 노래인 ‘다가가려 하면’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서로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지만, 과거의 트라우마가 떠오를까 봐 피하게 되는 모순적인 감정을 표현한 애절한 남녀 듀엣이에요. 안무가 노래 가사의 의미를 담고 있어 둘의 감정이 더 와 닿습니다.


 '메리를 기억해’는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밝은 노래로 3박자의 왈츠를 활용해서 메리와 함께였던 따뜻한 과거로 돌아갑니다. 디즈니 영화 ‘메리 포핀스’의 대표곡 중 하나인 ‘Chim chim cheree’의 멜로디를 녹여낸 재치도 돋보입니다. 노래 중간에 성인이 된 4명의 아이가 어린 시절로 변하면서 밝은 분위기로 급전환되는 부분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시놉시스 및 캐릭터

1926년 나치 정권하의 독일,
 4명의 고아를 거둬 키운 그라첸 박사와 그의 조교 메리.
하지만 불의의 화재 사고 이후 그라첸 박사는 사망하고,
메리는 극적으로 아이들을 구해내고 본인은 전신 화상을 입게 됩니다.
살아난 4명의 아이는 사고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습니다.

그러나 이튿 날 메리는 사라집니다.
그리고 박사와 메리가 다투고 난 이후 화재가 발생했다는 한스의 증언으로
 메리는 아이들을 구해낸 영웅에서 순식간에 화재 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되어버립니다.

화재 사건 발생 12년 후,
성인이 된 아이들 앞으로 그라첸 박사의 비밀 수첩이 등장하고,
그들은 사라진 기억의 조각들을 찾아 나갑니다.


- 메리 : 뮤지컬 제목은 ‘블랙 메리 포핀스’이지만 정작 메리의 분량은 나머지 4명의 캐릭터보다 현저히 적은 편입니다. 아이들의 기억 속의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표현되기 때문에 굉장히 미스테리한 인물입니다. 아이들의 기억대로 그녀는 과연 따뜻한 유모였을까요?

- 한스 : 변호사로 성공했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나락에 떨어진 후 자신이 어릴 적 겪었던 미제 화재 사건으로 재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 헤르만 : 재판에서 거짓말로 증언을 해 메리를 용의자로 만든 한스를 화재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하며 그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예술로 승화시켜 화가로 성공했으나 화재 사건의 혼란스러운 기억은 그를 힘들게 합니다. 

- 안나 : 사고 이후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고 싶지만, 그날의 트라우마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픈 기억으로부터 회피하려는 사람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 요나스 :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였지만, 화재 사고의 충격으로 공황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겪은 후 일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고통을 받는 사람을 표방합니다.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저처럼 어두운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분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그리고 이 뮤지컬은 5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소극장 뮤지컬이기 때문에 대극장 뮤지컬의 비싼 티켓값이 부담스러운 분이라면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연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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