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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로 Sep 10. 2019

[뮤지컬 추천] 사의 찬미

금지된 사랑의 결말은... 동반 자살?!

(원본 출처 : https://twitter.com/NeoGloomyday/media)

 이 뮤지컬은 2013년 초연 이후 2019년 오연까지 성공한 뮤지컬입니다. 특유의 분위기로 마니아층이 꽤 두껍게 형성되어 회전문 관객*이 많은 뮤지컬 중 하나입니다. 초연 당시에는 '글루미데이*'라는 제목이었으나, 2015년 삼연부터는 '사의 찬미**'로 바뀌었습니다. 대신 부제로 'Gloomy Day 19260804'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이 뮤지컬은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였던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의 현해탄 동반 투신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극입니다. 부제에 쓰인 19260804가 그들이 바다에 몸을 던진 바로 그 날짜를 의미합니다. 한국판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라고 할 수 있는 이 뮤지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회전문 관객 : 똑같은 작품을 여러 번 반복적으로 보는 관객

** 사의 찬미 : 윤심덕이 원곡 '다뉴브(도나우) 강의 잔물결'에 가사를 붙여 노래한 곡 (공연 중간중간에 축음기를 통해 윤심덕의 '사의 찬미' 원곡이 흘러나오는데, 음울한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 글루미 선데이 : 헝가리 피아니스트 셰레시 레죄(Seress Rezső)가 1933년 발표한 곡. 당시 헝가리의 우울한 시대상과 맞물려 많은 이의 자살을 부른 곡으로 유명함. 작곡자인 레죄 또한 1968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함.


시놉시스 및 캐릭터

1926년 8월 4일, 새벽 4시. 관부연락선 도쿠주마루.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바다로 몸을 던진다.
캄캄한 어둠. 적막한 바다.

관부연락선이 오전 4시경 쓰시마섬 옆을 지날 즈음
김우진과 윤심덕이 현해탄에 몸을 내던졌다.
두 사람을 둘러싼 억측과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갖가지로 비화되었다.
배에는 윤심덕, 김우진 외에 신원 미상의 한 사내가 탑승하고 있었다.
시대에 대항하여 예술혼을 불태우고자 했던 예술가들 앞에 나타난 미스터리한 남자, 사내.
그는 과연 이들의 투신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가장 비극적일 수도, 가장 아름다울 수도 있는 결말을 향해 치닫는 세 남녀!
시대와 사상을 초월한 삶과 죽음의 대립!


김우진 : 우리나라 최초로 신극 운동을 일으킨 천재 극작가

윤심덕 : 우리나라 최초의 성악가, 일제강점기 신여성의 대표주자

사   내 : 신원미상의 미스터리한 남자




매력 포인트 1 : 실화 바탕의 픽션

 실화 바탕의 영화나 드라마가 많은 이유는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점이 더 감동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 뮤지컬이 모티브로 삼은 '김우진과 윤심덕의 현해탄 투신 사건'은 사실 그 누구도 진실을 모릅니다. 당시 언론에서는 '유서를 남기고는 두 사람이 껴안고 바다에 뛰어내렸다.'라고 보도를 했지만, 실제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자살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둘이 자살을 가장하고 몰래 이탈리아에 살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둘이 실제 연인이었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며, 승선 명단에도 김우진, 윤심덕이라는 이름은 없었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윤심덕의 음반 수익을 모두 독점하기 위한 레코드사의 계획된 범죄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가 그들의 삶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남긴 작품입니다. 김우진은 '난파', '산돼지'라는 희곡을 썼고, 윤심덕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가요라 할 수 있는 '사의 찬미'를 남겼습니다. 페시미즘(pessimism, 염세주의)으로 가득한 그들의 작품을 통해 빼앗긴 조국에서 지식인으로 살아가는 그들이 얼마나 좌절감과 허무함을 느꼈을지 알 수 있습니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 노래 '사의 찬미' 중


 미스터리투성인 실제 사건처럼 뮤지컬 또한 관객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현실과 극본 속 이야기가 뒤섞여 진실과 허구를 구분하기 어렵고, 과거와 현재는 뚜렷한 경계 없이 교차합니다. 우진-심덕 사이의 이야기에도 빈 구멍이 많아 관객은 그 틈을 상상력으로 채워야 합니다. 


매력 포인트 2 : 해석이 다양한 사내

 '사내' 캐릭터는 김우진, 윤심덕과 달리, 허구의 인물입니다. 사내는 극 중에서 이름조차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입니다. 이 캐릭터는 관객이 공연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도록 만듭니다. 그는 대체 누구인지, 우진과 심덕의 동반 투신에 어떻게 관련이 되어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관객들 사이에서는 사내에 대한 해석이 굉장히 분분합니다. 인간이 아닌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존재, 아니면 우진의 또 다른 자아, 신적인 존재 등등... 사실 이 작품을 쓴 성종완 연출은 본인이 정해놓은 것은 있지만,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도록 일부러 명확히 드러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내 캐릭터는 배우가 해석하기에 따라, 관객이 생각하기에 따라 매번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다양하게 해석된 사내 캐릭터를 보기 위해서라도 회전문 관객이 될 것 같네요.


매력 포인트 3 : 강렬한 노래의 향연

 이 뮤지컬에 등장하는 노래는 대부분 어둡고, 긴장감이 넘칩니다.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이 없으면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노래가 굉장히 강렬합니다. 라이브 반주는 피아노와 현악기로 이루어져 날 선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대표곡 3곡 소개하겠습니다.


'난 그런 사랑을 원해'는 윤심덕이 부르는 노래로, 불꽃처럼 타오르는 사랑을 원하는 당당한 신여성의 면모가 돋보이는 곡입니다. 실제로 윤심덕은 여러 남성과의 스캔들이 잦은 편이었다고 하니 어쩌면 이 가사가 그녀를 잘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이 지나면 난 사라질 테니까
난 그런 찰나의 인생을
불꽃처럼 타오르는 마음을
찰나의 인생을 그런 순간의 기쁨을 난 원해


 '날개가 찢긴 한 마리 물새'는 우진과 심덕이 처해있는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노래입니다. 날개가 찢긴 물새는 저 멀리 날아갈 수 없듯이 우진과 심덕은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해 좌절하고 맙니다. 


창공은 넓고 저 바다 끝없어
찢겨진 날개 펼치지 못해 갈 수가 없어


'저 바다에 쓴다'  사내가 짜 놓은 판을 뒤집기 위해 새로운 결말을 쓰는 우진의 결심이 드러나는 노래입니다. 동반 투신 직전에 부르는 노래인 만큼 가사가 굉장히 의미심장합니다. 내 삶을 바다에 던지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이것을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망적인 세상을 떠나기에 희망이라 표현한 것일까요? 아니면 정말 소문처럼 자살을 가장하고 외국으로 도피를 한 것일까요? 공연을 직접 보시고 한번 판단해보시길 바랍니다.


저 바다에 쓴다
내 생에 결말 
절망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라 
끝이 보이지 않는 저 바다에 
내 삶을 던지리라 
내 삶을 저 바다에 던지리라


 이 뮤지컬을 볼 때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는데, 중간에 박수를 치지 않아도 됩니다. 사실 박수를 칠 타이밍조차도 없습니다. 김은영 작곡가가 중간에 흐름이 끊기는 것이 싫어 일부러 노래가 이어지게 작곡했다고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인터미션도 없는 듯하니 이 점도 꼭 참고하시고 공연 시작 전에 꼭 화장실 다녀오세요.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분위기가 어둡고, 긴장감 흐르는 스릴러 장르의 뮤지컬을 좋아하거나, 강렬한 감정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또한 3인극 소극장 뮤지컬이기 때문에 배우들의 끈끈한 연기 호흡을 느끼고 싶은 분에게도 추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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