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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로 Sep 07. 2019

[뮤지컬 추천] 오, 박씨!

꿈을 향해 날아라, 박씨야!

(원본 출처 : https://twitter.com/mystageinfo)


 이 뮤지컬은 고전 소설 '박씨전'을 재해석한 뮤지컬로, 2013년 초연과 재연 '날아라, 박씨!'라는 제목으로 공연된 작품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대극장(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처음 보았는데, 6년 만에 돌아온 이 작품은 대대적인 수정을 거쳐 소극장 뮤지컬(CJ 아지트 대학로)로 돌아왔습니다. 극중극이 등장하고, 그 제작 과정을 다루는 전체적인 틀은 그대로이나 몇 가지 인물 설정과 극중극의 이야기가 좀 더 주제를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며, 극중극의 박씨를 통해 많은 청춘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뮤지컬입니다.


시놉시스 및 캐릭터

졸업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여주!
하지만 첫 주인공 데뷔 무대에서의 실수로 인한 트라우마와
엄마의 극심한 반대로 배우의 꿈을 포기한 채 공무원 시험을 본다.

시험 결과 발표를 앞둔 어느 날,
도저히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여주는 마지막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뮤지컬 '오, 박씨!'에 스윙으로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오랜 공백 기간으로 인해 연습이 뜻대로 되지 않아 절망하던 중
우연히 아이돌 가수이자 남자 주인공인 황태경과 둘만 남아 연습을 하게 된다.

서로 남들에게 말하지 못한 고충을 털어놓으며 가까워진 두 사람.
여자 주인공 역으로 태경의 대사를 맞춰주던 여주는
못생긴 외모로 적삼 속에 숨어 사는 주인공 '박씨'를 보며
자신의 처지와 같다고 느끼고 깊게 이입한다.

드디어 공연 개막 날.
여자 주인공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여주는 커버 배우로 무대에 오르게 되지만
이내 다시 찾아온 무대 공포증으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여주는 주인공 박씨처럼 허물을 벗어던지고
이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 1인 2역으로 파란색 글씨는 극중극 캐릭터입니다.)


- 오여주 : 대학 때 잘 나가던 주인공. 현실은 만년 앙상블

   박   씨 : 얼굴은 못생겼으나 재주 많은 조선 최고의 금손

- 황태경 : 뮤지컬 1도 모른 채 난생처음 뮤지컬에 도전하는 아이돌 스타

   이시백 : 타고난 심미안을 소유한 조선 최고 패셔니스타 한량

- 양호식 : 때론 장난스럽게 때론 카리스마 있게 배우들을 통솔하는 깐족 대마왕 배우장

   애인절 : 능수능란 전지전능한 박씨의 수호천사 (Angel의 한국식 발음)

- 나공주 : 여주와 대학 동기. 지금은 잘 나간단 이유로 여주를 개무시.

   설중매 : "미모=능력"이라 여기며 신분상승을 꿈꾸는 기생

- 독고대 : 여주의 대학 선배이자, 여주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카리스마 연출가

   이참판 : 고지식한 사대부. 이시백의 부

- 차혜리 : 몸도 입도 가벼운 댄스 캡틴.

   계   화 : 박씨 옆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하녀




관람 포인트 1 : 고전의 재해석

 이 뮤지컬의 가장 큰 특징은 고전 소설 '박씨전'을 재해석한 뮤지컬 '오, 박씨!'가 극중극으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원작이 어떻게 재해석되었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어 원작의 스토리를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고전 소설 <박씨전>

때는 조선 인조,
이조참판을 지낸 이득춘은 늦은 나이에 아들 이시백을 얻는다.
이시백은 16세가 되던 해에 금강산의 박 처사의 딸과 혼인을 한다.
아버지가 과거 금강산 유람에서 만난 박 처사의 풍모에 반해
서로의 자녀를 결혼시키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첫날밤 마주한 신부의 모습은 천하의 박색(못생긴 얼굴)이었다.
그렇게 박씨는 남편의 사랑도 받지 못한 채 독수공방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범상치 않은 능력으로 이시백을 장원급제시키기에 이른다.

몇 년이 흐르고,
돌연 친정에 간 박씨는 박 처사로부터 액운이 다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는 드디어 허물을 벗고 미인의 외모를 되찾는다.

호왕(오랑캐)이 조선을 침공하자
박씨는 그녀의 재주로 호왕의 군대를 물리치고
인조는 그녀의 공을 인정해 박씨를 충렬부인에 봉한다.


 이 뮤지컬의 극중극이 원작과 가장 다른 점은 박씨 vs 호왕과의 싸움 대신 박씨 vs 설중매*의 베틀** 경합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고전에서는 시백이 능력도 없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박씨를 무시하는 한량으로 나오지만, 이 뮤지컬에서는 패션에 관심이 많지만, 아버지의 기에 눌려 그 꿈을 펼치지 못하는 캐릭터로 나옵니다.


* 설중매 : '박씨전'에서 호왕의 공주인 기룡대가 기생 설중매로 변장합니다.

** 베틀 : 실로 베를 짜는 기구. 장면 중에 배틀(battle)과 동일한 발음이 나는 것을 이용한 대사도 등장합니다.


 그리고 박씨가 허물을 벗는다는 것을 스스로를 옭아맸던 굴레, 즉 콤플렉스를 극복한다는 의미로 재해석했습니다. 박씨를 연기하는 오여주 캐릭터는 박씨가 허물을 벗어던지는 순간 큰 깨달음을 얻습니다. 데뷔 공연에서의 실수로 얻은 무대 울렁증, 어머니의 반대 등을 극복하고 무대 위에서 날아오르죠. 이 장면에서 무대 안의 박씨와 무대 밖의 여주 캐릭터가 교차되는 연출을 보여주었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날아라 날아라, 박씨야. 내 소망 가지고.


관람 포인트 2 : 뮤지컬의 매력은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 극중극 '오, 박씨!'는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나오며, 전반부는 그 공연을 올리기까지의 연습 과정이 나옵니다. 관객은 무대 위의 공연만을 보지만, 배우들은 보통 텐투텐(10 to 10 :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는 연습을 의미)이라 불리는 힘든 연습 과정을 거칩니다. 이 작품은 그야말로 배우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가득 담긴 뮤지컬입니다. 연습 장면 중에 배우들은 뮤지컬의 매력이 무엇인지, 연기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특히 오프닝 노래인 'Show must go on'에서는 막이 내리기 전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는 공연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곡입니다. 공연 중에 어떤 예기치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도 공연은 어떻게든 진행되어야 하죠. 저처럼 한 번이라도 공연을 해 본 사람이라면 굉장히 공감이 많이 갈 것입니다. 그리고 공연 예술 분야의 진로를 생각하는 분도 뮤지컬이 이런 것이구나... 맛보기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관람 포인트 3 : 위로와 용기를 주는 노래

 이 뮤지컬의 주제를 잘 드러내는 대표곡을 소개하겠습니다.


 '어제와 다른 세상'은 이 뮤지컬의 주제가 담겨있는 곡입니다. 노래는 꿈을 향한 길을 가는 것이 두렵고 힘들었다는 여주의 자기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가로막던 장애물(무대 울렁증, 어머니의 반대)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저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여주에게서 큰 힘을 얻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감상해볼까요?  

"마법처럼 모든 순간순간이 하나로 나타나
이제 나는 떨리는 가슴으로
두 손 모아 노래하네
난 살아있다 살아있다 노래하네

세상, 어제와 똑같은
그러나 전혀 다른 세상
나, 어제와 같은 나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나

이제야 알겠어
바로 이것이 내 인생 처음 느낀 기적"


'사랑해줘요'는 두 주인공의 사랑 듀엣입니다. 박씨는 못생긴 외모 때문에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스스로에게 씌웠던 허물을 벗어던지게 됩니다.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내가 아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날 좀 봐줘요.
그냥 이대로
이렇게 못난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해줘
아무 조건 없이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한 번이라도 공연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을 많이 할 뮤지컬입니다. 그리고 뮤지컬 배우나 공연 예술 진로를 생각하는 분에게도 추천하겠습니다. 또한 주변의 시선 또는 콤플렉스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하는 청춘들도 박씨를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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