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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로 Apr 22. 2019

[뮤지컬 추천] 레드북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뮤지컬 

(원본 출처 : https://twitter.com/musicalredbook/media)


"난 슬퍼질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해."


 포스터를 자세히 보면 위의 대사가 적혀 있습니다. 가히 유쾌하고 발칙한 로맨스 뮤지컬을 표방하는 뮤지컬다운 포스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의 성과 사랑이라는 참신한 소재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창작 뮤지컬로, 2018년에 첫 본 공연을 올린 최신작입니다. 작가 한정석, 작곡 이선영, 연출 박소영이 함께한 두 번째 작품으로, 이 트리오의 첫 작품은 2013년 초연한 이후 다섯 차례나 공연을 올린 스테디셀러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입니다. 뮤지컬 레드북은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젠더 이슈, 미투 운동의 시기와 맞물려 많은 공감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이다 같은 대사를 들으면서 굉장히 속이 시원했어요. 동시에 로맨스 코미디적 요소도 놓치지 않고 있죠. 보는 내내 관객석에서도 웃음이 빵빵 터졌습니다. 도대체 이 뮤지컬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던 걸까요? 이 뮤지컬만의 매력 포인트 세 가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매력 포인트 1 : 발칙한 소재와 주제

 발칙한 뮤지컬을 표방한다고 했으니 이쯤이면 제목인 '레드북'이 의미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겠죠? 보수적인 빅토리아 시대를 살아가는 안나는 자신에 대한 사회적 억압과 편견을 이겨내고 야한 소설을 쓰는 작가로 당당하게 살아가기로 합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자신을 억누르고 사회에 맞추어 살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 사회와 맞서 싸울 것인지 선택해야 하죠. 이 뮤지컬에서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 이런 고민은 남녀 성별 상관없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 '여자는 이래야 한다.', '남들처럼 그 나이 때엔 무엇을 성취해야 한다.' 등 이러한 기준들은 단순히 사회가 만들어 낸 틀일 뿐입니다. 생각해보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각자의 삶은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죠.


매력 포인트 2 : 개성 강한 캐릭터

 캐릭터가 모두 개성이 강하고 매력적입니다. 각각의 캐릭터 또는 그사이의 케미에서 오는 재미가 가득합니다. 심지어 '신사'라는 설정만으로도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집니다. 간단하게 캐릭터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나 : 주인공인 안나는 자신에게 씌워진 사회적 굴레에 갇혀 있지 않고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성입니다. 고지식한 브라운뿐만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죠.

-브라운 : 자신을 신사 중의 신사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연애 경험조차 없는 고지식한 변호사입니다. 사회적 규율로 정해진 법을 따르는 변호사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그 틀 속에 갇혀있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안나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 틀에서 벗어나게 되는 입체적 인물입니다.

-로렐라이 : 여성문학회 <로렐라이 언덕> 설립자인 여장 남자 캐릭터입니다. 안나를 비롯한 문학회 회원들이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스승이라고 할 수 있죠.

-딕 존슨 : 거물 문학평론가입니다.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범죄'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이름이 굉장히 의미심장한데, '딕(Dick)'과 '존슨(Johnson)' 뜻을 찾아보시면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작가의 재치 있는 작명 센스가 돋보이네요.

dick [dɪk]
[명사] 1. 놈, 녀석 2. 음경 3. 불쾌한 녀석; 바보; 무가치, 무의미(nothing)

johnson  [dƷɑ́nsn]
[명사] (미·속어) 페니스(penis : 음경)

-NAVER 어학사전-


매력 포인트 3 : 다양한 장르의 노래

 작곡가가 개성이 강한 캐릭터에 맞춰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돋보입니다. 밴드에 바이올린, 첼로를 더해 클래식한 느낌부터 팝적인 느낌까지 다양한 장르를 다루고 있어요. 실제로 작곡가 이선영 씨는 캐릭터의 성격에 맞게 노래의 느낌을 다르게 표현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노래 3곡 소개하겠습니다. 


 안나의 노래인 '사랑은 마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 없는 브라운에게 안나가 사랑이 무엇인지 비유를 통해 알려주는 노래입니다. 아름다운 가사에 사랑스러운 멜로디가 더해져 정말 찰떡같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안나의 노래답게 듣다 보면 굉장히 가요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 노래는 뮤지컬 노래를 한 번도 접해 본 적 없는 분도 가요와 느낌이 비슷해 거부감이 크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랑은 마치 노을 진 하늘처럼 노랗게 물들었다 빨갛게 피어나죠." 


 '낡은 침대를 타고'는 브라운의 상상 속 판타지를 그려낸 노래입니다. 안나의 소설을 읽고 있는 브라운으로 시작해 소설 속 신비로움을 그려내는 무대가 함께 펼쳐집니다. 낡은 침대가 마치 마법의 양탄자처럼 무대 이곳저곳을 누비고, 앙상블들의 춤과 노래가 합쳐져 풍부한 볼거리를 자랑합니다. 공연장에서 직접 그 화려한 무대를 확인해보세요.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은 위에서 가사도 잠깐 소개해드렸듯이 주제곡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위의 밝은 두 곡과 달리 발라드 느낌이 드는 곡입니다. 재판을 앞둔 안나가 세상과 맞서기로 굳은 결심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잘 담고 있는 대표적인 노래라고 할 수 있죠. 가장 인상적인 가사 한 줄을 인용하려고 했으나 가사 한 줄 한 줄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를 가져왔습니다. 가사를 한 번 살펴볼까요?


"당신과 같은 심장으로 숨을 쉬고
당신과 같은 마음으로 꿈을 꾸는
하지만 결국 당신과 다른
당신이 아닌 사람

내가 나라는 이유로 지워지고
나라는 이유로 사라지는
티 없이 맑은 시대에
새까만 얼룩을 남겨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누군가에게 이해받지 못해도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나로서 충분해 괜찮아 이젠"


시놉시스

신사의 나라 영국, 그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었던 빅토리아 시대,
약혼자에게 첫 경험을 고백했다가 파혼당하고 도시로 건너온 여인, 안나.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첫사랑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하루하루 굳세게 살아간다.
그런 그녀 앞에 어느 날 신사 중의 신사, 브라운이란 청년이 찾아온다.
의도를 알 수 없는 브라운의 수상한 응원에 힘입어
여성들만의 고품격 문학회 <로렐라이 언덕에> 들어가 자신의 추억을 소설로 쓰게 된 안나.
하지만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시대,
안나의 소설이 담긴 잡지 '레드북'은 거센 사회적 비난과 위험에 부딪히게 되는데...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주체적이고 당당한 캐릭터를 좋아하시거나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께 이 뮤지컬을 추천하겠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발칙하고 참신하기 때문에 뻔한 러브스토리에 질려 새로운 뮤지컬을 찾으려는 연인에게도 안성맞춤인 뮤지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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