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이 사라진 스릴러 뮤지컬
이 뮤지컬은 2018년 정식 초연된 창작 뮤지컬로 2019년 재연까지 올린 뮤지컬입니다. 제가 이 뮤지컬을 본 것은 순전히 스토리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위의 포스터 속에 있는 "현실의 삶이란 때때로 한 편의 소설보다 소설 같으며 한 사람은 하나의 이야기로 남는다."는 문장이 굉장히 마음에 닿았고, 이번이 두 번째 공연이라면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소설 속 살인이 현실이 된다'는 다소 충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으나 뮤지컬을 보는 동안 흥미로운 점보다는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물론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뮤지컬도 개인의 취향이 있기 마련입니다. 예매사이트 관람평을 보니 저와 달리 재밌게 본 관객도 많은 것 같네요. 따라서 이번 글은 순전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쓴 리뷰라는 점 기억하고 읽으시길 바랍니다.
1932년 미국 뉴욕, 소설과 현실이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한다.
작가 그레이 헌트의 연재소설 <그림자 없는 남자> 속
주인공 블랙이 현실에 등장한 것이다.
블랙은 범죄자를 살해하는 살인마.
그의 소설 속 범행이 현실에 그대로 재현되면서
사람들은 또다시 블랙과 작품에 열광하게 된다.
그러던 중 작가의 마지막 소설이 발표되고
그 소설의 결말대로 작가가 죽음을 맞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살인마 블랙과 작가 그레이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 경관 휴는
사건의 진실의 파헤치기 위해 소설의 작가 그레이와
그의 담당 기자 와이트를 조사하는데...
- 그레이 헌트 : 소설 <그림자 없는 남자>의 작가
- 와이트 히스만 : 소설 <그림자 없는 남자>의 연재를 담당하는 신문사 기자
- 휴 대커 : 소설 <그림자 없는 남자> 연쇄살인 사건의 담당 형사
저는 스릴러 장르의 뮤지컬 작품을 볼 때 스토리 구성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구성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학창 시절 배웠던 희곡의 구성을 떠올려보면, 희곡은 '발단-전개-절정-하강-대단원' 순서로 진행됩니다. 물론 모든 작품이 이 순서를 따라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뮤지컬에서는 전체 공연 시간 85분 중 한 시간이 넘을 때까지 절정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제가 시간을 기억하는 이유는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왜 아직도 갈등이 없지??... 하면서 시계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남은 시간에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애쓴 듯하지만 그마저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개였습니다.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노래'입니다. 뮤지컬을 보고 나면 마음에 드는 노래 하나쯤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갑작스러운 전개나 감정의 흐름을 노래로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뮤지컬에서 노래의 역할은 단연 제일 큽니다. 공연을 보고 나면 멜로디 하나쯤은 머릿속에 맴돌기 마련이고, 음원이나 YouTube 영상을 찾아 여러 번 듣기도 하지만, 이번 뮤지컬은 귀에 꽂히는 노래가 없어 아쉬웠습니다. 노래는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리기 때문에 뮤지컬 관람을 결정하기 전에 YouTube에 있는 노래를 감상해보고 본인의 취향에 맞는지 확인해보길 바랍니다.
- 뮤지컬 대표곡 듣기
'이번에는'
이 뮤지컬은 남자 배우 3명이 극을 이끌어가는 3인극 소극장 뮤지컬입니다. 3명이 너무 적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뮤지컬 '쓰릴 미',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2인극도 많습니다. 이 뮤지컬에서는 2명의 주인공이 주로 등장하고, 나머지 한 명은 무대에 등장하는 시간도 적고 스토리 흐름에 크게 영향을 주지도 않습니다. 주인공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도 이와 비슷하게 남녀 주인공과 멀티맨으로 이루어진 3인극이지만, 이름조차 없는 멀티맨의 존재감은 엄청납니다.
소극장 뮤지컬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 경우에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스릴러 장르를 많이 본 적 없는 분이라면 이 작품을 참신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