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솔루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현준 Jul 04. 2021

목표는 그렇게 세우는 게 아니다

조직의 목표를 설정하는 제대로된 방법

*실제 강연 및 컨설팅에서 있었던 질의응답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Q. 회사에 S.M.A.R.T. 목표 설정법을 도입했습니다. 유료 가입자 전환율 얼마 달성이라는 측정 가능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고, 초기에는 잘 되는 것 같았습니다. 목표를 초과 달성한 직원들도 생겼고, 인센티브도 지급했습니다. 한데 갑자기 고객들의 가입 취소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직원들이 있지도 않은 서비스를 미끼로 가입을 유도한 거였습니다. 바로 취소해도 되니까 가입만 해달라고 친척과 지인들에게 사정한 직원도 있었습니다.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목표의 맥락을 당연히 알 텐데, 왜 정상적으로 일을 안 하고 꼼수를 쓰는 걸까요?


S. 대표님은 학창 시절에 시험을 칠 때, 목표 점수를 요구받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점수를 요구받으셨을 때,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하셨나요? 아니면, 점수를 위한 공부를 하셨나요? 그때, 점수의 맥락을 생각하실 수 있으셨나요? 만일, 높은 점수에 상금을 건다면 점수는 대표님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요? 돈 외에 다른 맥락을 생각하실 수 있나요?


누구나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에는 일의 보람을 생각합니다. 일의 보람은 일을 통해 자발적으로 사회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에서 비롯됩니다. 그렇다면, 일의 보람은 언제 사라질까요? 타인이 부여한 목표에 의해 내가 세운 소소한 목표가 무너질 때 사라집니다. 처음 선생님이 된 누군가는 매일 한 번쯤은 아이들을 크게 웃기는 게 소소한 목표였을지 모릅니다. 처음 입사한 CS 담당자는 고객조차 알지 못했던 불편함을 해결해서 고객을 놀라게 만드는 게 목표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졌던 그 열정은 사라지고, 위에서 정한 해야 할 것들을 처리하느라 늦게까지 잔업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귀사의 직원들은 스스로 사회에 기여할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영리한 사람들입니다. 그 영리한 직원들의 시간을 회사가 정한 목표로 꽉꽉 채우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직원들은 지름길을 찾습니다. 회사가 정한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는 방법을 찾는데에 영리함을 총동원합니다. 영리함이 고객의 문제가 아닌,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모두 쓰이는 겁니다. 이게 과연 직원들의 잘못일까요? 잘못은 직원들이 아니라 목표 설정에 서툰 회사에게 있습니다. 생텍쥐페리의 목표에 대한 명언을 아마 아실 겁니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지 마라. 대신 그들이 저 넓고 끝없는 바다를 보게 하라" 명언에 공감하시나요? 그런데 왜 실무에는 그 명언을 적용하지 않으십니까?


2007년, 미국 미시간 대학은 장학금 기금 모금이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담당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독려했지만 기부 응답 비율은 7%를 넘지 못했습니다. 미시간 대학은 스스로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애덤 그랜트(Adam Grant,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 교수)에게 문제의 해결을 의뢰합니다.


TED 강연 중인 애덤 그랜트


애덤 그랜트는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직원들을 A, B, C 세 그룹으로 나누고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A그룹에는 하던 대로 인센티브만 지급했습니다. B그룹에는 그 일이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전 직원의 인터뷰를 공유했습니다. C그룹에는 장학금이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학생의 인터뷰를 공유했습니다. 테스트 결과 A와 B 그룹은 통계상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반면, C그룹은 성과가 155% 상승했습니다. 다음 테스트에서 애덤 그랜트는 C그룹이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게 했습니다. 그러자 C그룹의 성과는 400% 향상되었습니다.


사람이 자신이 하는 일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인생에 중요하지 않지만 해야 하는 것,
둘째, 경력을 쌓기 위한 것,
셋째, 기쁨과 충만을 얻기 위한 것.


- 에이미 브제스니에프스키(Amy Wrzesniewski, 예일대학 심리학 교수)


2014년경 여름, 다니엘 핑크(Daniel Pink, 미래 학자)는 하버드 경영 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중국의 제조 공장에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중국의 제조 공장은 일반적으로 제조 라인 앞에 감독관의 책상이 있어서 직원들을 감시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실험의 목적은 감독관이 직원들을 감시하지 않을 때 생산성에 얼마나 타격을 입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실험 결과, 감독관이 감시를 하지 않을 때 생산성은 감시할 때보다 오히려 10~15% 더 높았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 통제를 받을때 더이상 그 일에 관여하지 않고 수동적이 됩니다. 반면 자신이 하는 일에 자율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창의성과 생산성 모두가 동반 상승합니다. 이를 자기결정성 이론이라 합니다. 유료 가입자 전환율 같은 목표는 생텍쥐페리가 말한 저 넓고 끝없는 바다가 될 수 없습니다. 유료 가입자 전환율은 '인생에 중요하지 않지만 해야 하는 것'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고, 사람의 삶에 어떠한 가치를 부여하는지 알기도 어려우니까요.


미시간 대학의 직원들은 장학금으로 어린 학생들의 인생을 돕는다는 목표가 생겼을 때 생산성이 400%나 향상되었습니다. 대표님은 유료 가입자 전환율 같은 것을 회사의 목표로 정하시면 안 됩니다. 미시간 대학의 사례처럼 사회 초년생이 꿈꿀법한 일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목표를 회사 전체의 목표로 정하셔야 합니다. 회사 전체의 목표는 정량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정량적이면 숫자에 갇히게 됩니다. 회사 전체의 목표는 거시적이고 정성적이고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 목표를 사명(Mission)이라고 합니다.


이미 회사에 사명이 있으시죠? 그 사명이 직원들 각자의 일과 어떻게 연결되나요? 직원들이 그 연결을 이해하고, 추적하고, 설명할 수 있나요? 직원들에게 자신의 일과 사명이 몇 퍼센트나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물었을 때 평균 70%를 넘을 자신이 있으신가요? 아니, 직원들이 회사의 사명이 뭔지는 알고 있나요? 회사에는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이 있어야 하고, 새로운 직원을 채용할 때에는 같은 꿈을 꾸는 사람으로 뽑아야 합니다. 사명이 채용에 얼마나 활용되고 있나요? 채용할 때 사명을 연관시킨 적은 없으시죠? 경력기술서나 포트폴리오를 보고, 업무 능력만 체크하시지 않나요? 귀사의 사명은 그냥 들었을 때 멋있기만 한 껍데기 아닌가요? 그런 사명은 죽은 사명입니다. 쓰레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버리고 새로 만드십시오. 왜 사업을 하는지, 직원들과 어떤 꿈을 함께 꿀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시고 사명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가장 큰 목표인 사명이 잘못되어있으면 어떤 목표도 제대로 세울 수 없습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동기부여는 이미 되어있다. 중요한 것은 처음 부여된 동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사명부터 제대로 정한 이후에, 회사가 사명에 한 걸음 다가서기 위해 올해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하셔야 합니다. 사명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 매 년마다 정하는 목표를 비전(Vision)이라고 합니다. 비전 역시 사업의 테두리 안에서 정성적이고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비전과 사명의 다른 점은, 비전의 경우 한 해가 지나면 달성 여부가 명확히 눈으로 확인된다는 겁니다. 사명이 회사가 영원히 추구해야 할 철학적인 목표라면, 비전은 사명을 시야(Vision)로 끌어온 목표입니다. 비전은 사명을 실천했는지의 여부를 매 년 눈으로 확인하는 것과 같습니다.


비전의 달성 여부는 각 부서나 팀의 목표가 달성되었는지 여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부서나 팀의 목표가 60~70% 정도 달성되면 올해의 비전이 달성되었다고 보아도 좋습니다. 부서나 팀의 목표를 전략 목표(Strategic Objective)라고 합니다. 전략 목표는 분기마다 체크하여 새로 세우거나, 수정하거나, 유지합니다. 전략 목표 역시 정성적이고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담는 게 좋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전략 목표는 미시간 대학의 직원들이 장학금 수혜를 받은 학생들을 직접 만났을 때 마음속에 생겼을 그것과 유사합니다.


전략 목표의 달성은 각 구성원들의 목표가 달성되었는지 여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 구성원의 목표는 전술 목표(Tactical Objectives)라고 합니다. 전술 목표는 "전략 목표가 달성되었다는 것을 어떤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은 구성원 각자가 스스로 정해야 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 통제를 받으면 수동적으로 변합니다. 자율성을 부여하면 자신이 하는 일에 깊게 관여하면서 적극성을 띠게 됩니다. 구성원들에게 넓고 끝없는 바다를 보여주십시오. 그리고 배를 만들지, 잠수함을 만들지, 목재를 가져올지, 철광석을 캐고 금속을 제련할지의 디테일은 그들 스스로 통제하게 하십시오. 구체적이고(Specific), 측정 가능하고(Measurable), 달성 가능하고(Achievable), 현실적이고(Realistic), 기한이 있는(Time-bound) S.M.A.R.T. 목표 설정법은 직원 스스로가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사용할 때에 그 진가가 발휘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지속 가능한 사명은 비전 달성으로 증명됩니다. 비전 달성은 전략 목표 달성으로 증명됩니다. 전략 목표 달성은 전술 목표 달성으로 증명됩니다. 이처럼 회사의 사명부터 각 직원의 전술 목표까지 단절 없이 연결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사가 제시하는 목표는 정성적이어야 합니다. 구성원 스스로가 제시하는 목표는 정량적이어야 합니다. 경영은 결국 평범한 사람들을 비범한 목표로 이끄는 기술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와 관련해서 MBO나 OKR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참고로 제가 말씀드린 전략 목표와 전술 목표는 OKR의 Objectives, Key Result와 같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OKR의 Objectives도 정성적인 게 좋고, Key Result도 정량적인 게 좋습니다.


Q. 해주신 말씀은 잘 알겠으나,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목표를 직원들 스스로 정하게 하라고 하셨는데, 직원들이 터무니없이 낮게 잡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냥 직원들이 정하는 대로 따라야 하는 건가요?


S. 같은 일을 하는 직원들끼리 인정이나, 보상이나, 승진을 두고 경쟁 관계에 있기도 하고, 서로 다른 일을 하더라도 개인의 목표가 결국 다른 동료들의 목표와 얽혀서 팀의 결과를 내는 협업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걱정하시는 문제는 잘 일어나지 않겠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는 가이드를 제시하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우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대표님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CSF(Critical Success Factor, 핵심 성공 요인)와, 사업이 최소한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CSF 관련 모든 수치들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그리고 CSF와 관련하여 각 직원이 일을 할 때 정상 컨디션에서 기록하는 수치를 알고 계셔야 합니다. 이를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 성과 지표)라고 합니다. 야구를 예로 들면 CSF인 홈런과 관련한 다양한 수치 중 타율이 있고, 어느 선수가 작년에 기록한 타율 KPI는 정상 컨디션에서 평균 3할일 수 있습니다. 만일 이 선수가 다음 분기에 스스로 정한 목표가 3할 이하라면 3할보다 더 높게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실 필요가 있습니다. KPI를 목표로 잘못 알고 계시는 분이 많은데, KPI는 목표가 아닙니다. KPI는 중요한 퍼포먼스가 건강한 상태인지 아닌지를 측정하는 도구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