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원은 언제..
어제 저녁 화장실로 가면서 목욕을 해야 한다는 할머니. 갑자기 화장실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목욕의자를 그 여린 팔로 꺼내고 있었다. 역시 성질이 급한 할머니다.
이전에는 더 급했다. 냉장고가 필요하다고 말해 알아보겠다고 하면 저녁에 벌써 사버려서 냉장고가 집으로 들어온다고 했다. 집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며 턱걸이 봉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서, 온라인 주문 후 기다리고 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가 왔다. 언제 설치되냐고. 그럴 때마다 할머니의 저 고집은, 저 성질은 언제쯤 꺾이나 말하며 웃곤 했다.
다시 돌아가서, 목욕 의자를 꺼내는 걸 내가 봐서 다행이다. 못 봤으면 넘어지거나 다치기라도 했을 수 있다. 목욕 하자며 옷을 벗고 의자를 꺼내는 기력을 보자면 옛날 할머니 같다.
나 혼자 목욕 시킬 자신이 없어서, 엄마에게 전화하니 10분 뒤 도착이란다. 10분 동안 할머니를 식탁 의자에 따뜻하게 앉혀놓고 목욕 준비를 했다.
거실, 할머니 방, 중간 방 보일러를 28도로 올리고 온풍기를 화장실 안에 틀어 놓는다. 갈아입을 옷, 기저귀를 준비하고 장루 주머니 바꿀 것도 침대에 준비한다. 할머니 몸을 따뜻하게 감쌀 커다란 수건 2개를 화장실 앞에 꺼내 놓는다. 빨간 대야에 뜨거운 물을 가득 담는다. 이제 목욕 준비는 끝.
엄마가 오자마자 출근 가방을 던져놓고 나를 불렀다. 나의 역할은 샤워기로 할머니 등쪽에 따뜻한 물을 뿌려 춥지 않게 하는 일이다. 긴팔, 긴바지 잠옷을 잔뜩 걷고 목욕을 시작했는데 끝날 때는 땀에 흠뻑 젖었다. 그렇게 더운데도 할머니한테는 너무 추운 욕실이다.
머리를 얼른 감기고 빠르게 몸을 씻긴 후, 드디어 장루 주머니를 떼어 버렸다. 할머니의 장루를 처음 봤는데 동그랗게 예쁘다. 인터넷에서 보던 사진보다 예뻐서 다행이었다. 내가 찡그리며 보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다.
할머니의 두 번째 목욕은 잘 끝났는데, 요즘에는 어쩔 줄을 모르겠다.
할머니의 상태가 점점 나빠진다. 기저귀를 쓰면 피부가 짓무른다고 쓰지 않고 꾸역꾸역 15분에 한 번씩이라도 화장실에 갔었는데, 오늘은 기저귀만 5번 넘게 갈아입고 이불을 빨았다. 결국 침대 위에 안심패드를 깔고 기저귀를 1시간에 한 번 갈아줘야 한다.
밥 먹는 양이 너무 줄었다. 통증이 느껴지고 나서부터는 입맛이 없는지.. 일주일 전에는 내가 해준 밥과 찌개를 싹싹 비워 드셨는데, 지금은 하루에 2끼를 겨우 드신다.
가족들끼리 앉아 호스피스 입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할머니는 그 고통을 겪으면서도 병원에 안 가시겠다고 하고, 할머니의 마지막 부탁인데 들어줘야하나.. 정말 모르겠다.
[할머니의 희망과 절망]
콜라를 먹고 싶어한다. 믹스커피가 제일 맛있다고 했다. 내가 사 온 회를 보고 눈이 반짝거려 바로 먹었다. 우리에게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한다.
화장실 갈 힘이 없어 기저귀를 차야한다. 소변이 조금씩 새는지 암울해지는 것 같다. 통증을 소리 없이 참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