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小小하지 아니한 즐거움]
당신을 사랑했던 그 계절, 겨울이 왔어요.
잊고 살다가도 문득. 겨울만 되면,
그 계절에 우리 사랑했던 추억들이 떠 올라요.
한 겨울에는 조금 추워 보였던 진청 잠바와
늘 단정하게 둘렀던 회색 목도리.
방금 피웠는지 알싸하게 남아있는 담배 냄새.
추위 많이 타는 내 손 잡아 자기 주머니에 넣어 주고,
어느새 땀이 베일 듯 열이 올라도, 절대 놓아주지 않았던 그 온기도 좋았지만.
제일 좋았던 건, 갑자기 불어오는 칼바람에 품으로 파고들면, 전혀 따뜻하지 않았던 진청 재킷의 찬 기운.
나는 그 순간들이 그렇게 좋았어요.
"따뜻하지?"라고 물어오면... 그 차가운 품 안에서, 내 체온으로 따뜻해지길 기다리며, 배시시 웃곤 했어요.
그 모습이... 그리고 당신 그 겨울 향이...
나는 이 계절만 되면, 이따금씩 그려지고 생각나요.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던가요..
어느 연인들처럼. 오래전에 헤어지고, 연락처도 모른 채, 서로 안 보는 사이가 되었지만.
아.. 헤어지지도 못한 채. 이렇게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지만요.
당신을 아주 많이 사랑했던 겨울이 오면,
함께 걸었던 집 앞 골목에 찬 바람이 불어오면,
그때.
아주 많이 어렸던 스무 살의 내가,
스물한 살의 당신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진청 재킷을 입고 회색 목도리를 두른 스물한 살의 당신이, 아련하게 그려져요.
비록. 찬 바람에 전혀 따뜻하지 않은 청 잠바에 안겨, 내 스스로 따뜻해지길 기다려야 했지만.
추운 겨울. 서로 틈 없이 꼭 안았던 그 온기가... 그리고 당신의 겨울 향이 나는 참 좋았어요.
다시.
겨울이 왔어요.
스무 살이던 나는 서른일곱이 되었고,
스물한 살이던 당신은 서른여덟이 되었어요.
어느 노래 가사처럼. 다행이에요.
올해가 지나면 한살이 더 늘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대도 그러니까요.
(이소라 '봄' 가사를 인용했습니다.)
사랑했던 그 겨울에서 한참 멀어진, 서로 다른 '현재'를 살고 있어요 우리.
그렇더라도.
추위 안 탄다고 늘 얇게 입고 다니며, 콧물 훌쩍이던 그 어린 당신이 여전히 내게 남아 있어요.
서른여덟의 겨울을 맞이한 당신 에게도,
찬 바람 피해 품에 안겨 배시시 웃던 스무 살의 내가 남아 있기를... 바래 봅니다.